(좌표잃은 캐피탈社)②'날벼락' 캐피탈社, 금융산업 정체성 사라진다

입력 : 2014-07-30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캐피탈 업계만 차별한다는 말은 않겠다. 하지만 수익성, 리스크 모두 고려한 결과 가계대출 등 소매금융이 더욱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개정안이 시행된 후 건전성이 악화되면 그땐 어쩔셈인지.."(A캐피탈 관계자)
 
"권역별로 선을 그어 업무비율까지 떡 나눠주듯 정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납득이 안된다. 시장은 그렇게 획일적으로 돌아가지 않는다"(시중은행 출신 前 임원)
 
정부가 여신전문업 체계 개편을 통해 '기업여신전문금융업' 도입 방안을 발표한 후 캐피탈 업계 관계자들은 줄곧 고충을 토로했다.
 
심지어 "20년간 남자로 살아왔던 사람보고 요즘 남자가 너무 많으니 이제 여자로 살라는 것과 같다"는 우스갯소리도 남겼다. 캐피탈 사업 '정체성'에 대혼란이 오고있다는 얘기다.
 
◇"기업금융의 선봉장 되라고?..우리에겐 '트라우마'가 있다"
 
업계 다수 관계자들은 금융대책에 깔린 '기업금융 강화'라는 취지에는 공감했다. 하지만 기업금융을 활성화 하고 싶다면 직·간접 자금조달이 수월하도록 자본시장 활성화로 푸는 게 지름길이라는 조언이 주를 이뤘다.
 
기업금융 활성화는 차치하더라도 금융권 전반의 기업금융에 대한 '기피현상'도 관찰되는 점이 더욱 큰 문제다.
 
먼저 은행이 기업에 대한 대출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3분기(7~9월) 6으로 전분기(7)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대출태도지수는 0을 기준으로 -100~100사이에 분포하며 숫자가 플러스면 대출심사를 완화해 대출을 늘리겠단 얘기다. STX, 동양, KT ENS 등 믿었던 대기업마저 줄줄이 무너지는 모습을 본 은행들의 시선이 곱지않다.
 
이같은 상황에 캐피탈회사도 예외일 순 없다. 금융당국은 캐피탈업계에 기업금융의 '선봉장'이 되라는 주문을 했지만 오히려 업계는 '트라우마'가 있다고 항변한다.
 
그들의 트라우마는 1997년 외환위기가 도화선이 됐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리스를 포함한 기업여신 부문이 활황을 이뤘다. 정부에서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특화했던 시절이었다. 또 리스회계 방식이 절세효과가 있어 장점도 많았다.
 
회계처리 과정에서 자산으로 계상하지 않고 비용으로 잡아  당기순이익이 줄어 법인세가 감소했다. 하지만 문제는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이 대거 도산하면서 어쩔수 없이 기업금융 관련 비중이 쪼그라들면서 시작됐다. 또 리스회계 방식마저 바뀌고, 저금리 기조, 기업의 해외진출 가속화 등으로 기업금융이 가진 장점도 사라졌다.
 
◇비정상적인 기업금융 확대..금융시장 왜곡 우려
 
업계에서는 비정상적으로 기업금융을 확대하는 회사가 생겨나 시장이 왜곡된다는 우려섞인 의견도 있다. 가계대출만 총자산의 20%이내로 제한한다는 규정 때문에 소매금융을 하려면 자산을 늘려야 하고 자연스레 기업금융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실제 소매금융 확대 목적으로 기업금융 부문의 역마진 영업을 한 사례가 있다. 이는 정상적으로 기업금융을 수행하는 회사에 피해를 끼쳤고 해당 회사는 경영이 악화됐다.
 
또 캐피탈업계의 기업여신 취급 시스템은 은행에 비해 열약하고 노하우가 부족한 편이다. 지난해 말 여전업 기업대출 연체율은 4.66%로 은행(0.88%)에 대비 5배 수준이다. 의무비율이 도입되면 위험도가 높은 제한된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될 우려도 있다.
 
여전사의 가계신용대출 축소시 소비자의 금리선택권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여전사의 개인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3.5%다. 저축은행 평균금리가 (30.4%), 대부업체(34.7%)를 감안하면 고금리와 저금리 사이에서 금리단층 현상을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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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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