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서해안권 최대의 개발사업으로 불린 가로림만 조력발전사업이 좌초될 위기다. 환경부가 갯벌보존을 이유로 발전소 사업승인을 미루는데다 발전소 건설을 위한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의 법정 유효기간(5년)도 3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
정부 내 엇박자 속에 사업이 지지부진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사업은 한국서부발전이 1조원을 들여 충남 태안군과 서산시를 잇는 가로림만에 2㎞ 규모의 조력댐과 발전소(52만㎾급)을 짓겠다는 계획. 지난 2006년 처음 계획을 수립한 후 국무회의에서 전원개발계획 심의가 통과하며 사업의 첫삽을 떴다.
◇가로림만 조력발전소 조감도(사진=가로림조력발전)
조력발전소는 석탄·화석연료 대신 조석간만의 차이를 이용해 발전기 터빈을 돌리고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발전용량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적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반면 갯벌을 메우고 물길을 막아야 해 갯벌과 어장파괴가 불가피하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환경부가 조력발전사업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지만 2011년 이후 지금껏 세차례나 보완 지시만 내렸다. 환경부 측은 "자연훼손과 갯벌축소가 우려돼 사업의 타당성에 면밀히 검토하다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입장인데, 사업자만 속이 탄다.
사업 계획수립 후 7년 넘게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애초 1조원으로 추산됐던 공사비만 1조8000억원대로 불어났다. 특히 발전소 건설의 근거가 되는 공유수면매립 기본계획이 11월에 끝나, 이때까지 가로림만을 메울 허가를 못 얻으면 사업 자체를 접을 판이다.
서부발전과 사업자인 가로림조력발전 측은 "공사기간이 늘면서 건설계획을 변경하는데 2년 이상 시간이 걸렸고 비용낭비도 컸다"며 "환경파괴에 대한 걱정을 고려해 환경부의 지시를 최대한 반영하고 있지만 정부에서 뾰족한 답을 안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전력정책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인 충남도청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불만을 나타냈다.
산업부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반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발전소 건설을 둘러싼 주민 갈등을 중재하는 문제도 충남도청에 일임한 듯한 모습이고, 충남도청 역시 해당 지역과 관련된 국책사업인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행동한다는 것이다.
사업자 측은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만 강조하고 사업 추진에는 한발 물러섰는데 국내 최대의 조력발전사업이 무산되면 다른 전력사업도 타격받는다"며 "가로림만 사업은 충남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걸었지만 충남도청은 관심 밖"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가 엇박자를 접고 사업 추진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로림조력유치추진위원회 관계자는 "가로림만 발전사업은 주민과 지역이 필요성으로 추진된 것인데도 정부의 의사결정이 늦춰지면서 오히려 주민 갈등만 생겼다"며 "정부가 전력공백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적극 나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