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2년 연속 대박을 노리던 에어컨 성적이 ‘중박’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각종 흥행요소가 더해지면서 기대감이 부풀었지만 끝내 지난해에 비해 10%이상 하락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2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해 6월과 7월 최대 성수기를 맞은 에어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10~20%가량 감소했다. 더불어 각 제조사 생산시설의 가동률도 낮아졌다.
LG전자(066570)는 지난 20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를 통해 에어컨 사업을 담당하는 AE부문의 상반기 생산량이 지난해 747만7000대에서 올해 734만5000대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시기 공장 가동률도 103.9%에서 15.7%포인트 하락한 88.2%를 기록했다.
지난해 690만대 가량이던 생산능력을 올해 821만대까지 끌어올렸지만 수요가 예상만큼 뒷받침되지 못했다. 앞서 LG전자는 지난해 말 설비투자와 생산공정 개선 등을 통한 효율성 증가로 생산능력을 대폭 강화하며 성수기를 대비해 왔다.
영업기밀 등의 이유로 에어컨 생산 및 판매와 관련된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 않은
삼성전자(005930)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와 삼성전자가 국내 에어컨 시장에서 약 8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양사 생산현황이 올해 국내 에어컨 업계의 전반적인 성적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에어컨 시장은 격년 주기로 시장이 호황을 맞는다는 게 업계 정설이다. 전세 계약과 맞물리는 2년을 제품 교체시기로 보기 때문이다.
이 같은 흐름과 달리 올해 에어컨 시장은 평년에 비해 이른 무더위와 마른 장마로 9월 말까지 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에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6월 초에 이미 지난해 일일 역대 최대 판매량을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전망까지 나왔다.
당시 김제훈 LG전자 한국AE마케팅담당은 “이른 무더위로 인해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했다. 에어컨 주문 급증에도 신속한 제품 공급 및 설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나름 선전을 노렸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여파로 극도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여름철 늦장마 등 예기치 못한 악재들이 겹치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업계는 이 같은 요인들이 당초 예상 판매량 달성에 장애물로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지난해는 8월말까지 무더위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더위가 일찍 꺾이면서 전체적인 판매량이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시장이 지난해 기록적인 성적을 기록한 터라 그 이상을 예상하진 않았지만 초기 시장의 분위기는 기대감을 충분히 가질 만 했다”며 “예기치 못한 악재 탓에 예년에 비해 하락했지만 평년에 비해서는 높은 수준인 만큼 제조사들 만족도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휘센' 에어컨(왼쪽)과 삼성전자 에어컨 'Q9000'(오른쪽)(사진=각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