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2030 세대에게 부동산 시장은 '지옥' 수준입니다. 비싸니까요.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3억6009만원입니다. 월 300만원을 번다고 가정하고 아파트 살 돈을 모으려면 딱 10년 걸립니다. 단 한 푼도 안 써야 합니다.
그렇다면 전세는 쌀까. 올해 전셋값은 매매가격의 65%에 달합니다. 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지난 2009년 40%에서 25%포인트(p)나 높아진 겁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하겠다며 규제를 완화하고 있습니다. 효과도 나타났습니다. 최근 정부가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하고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자 부동산 시장이 꿈틀했습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일주일간 0.10% 오르고, 전셋값은 0.11% 상승했습니다. 전국 매매 가격은 9주 연속 올랐고, 전셋값도 전주(0.09%)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습니다.
집값도 오르는 것 같고, 전셋값도 상승하는데 차라리 살까요?
애매합니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이 내놓는 부동산 물량은 서서히 늘었지만, 젊은 세대 인구는 점점 줄어드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보면 그렇습니다.
인구 구조를 볼까요. 지난 2010년 기준 10대는 661만1640명, 20대는 659만4369명, 30대는 779만4495명, 40대는 820만4781명 등 나이가 많을수록 인구가 많습니다. 남녀 성비가 뒤바뀌는 50대부터는 인구가 서서히 줄어듭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50대 656만4826명, 60대는 399만4404명입니다.
출산율이 높아지고 있지 않아 상황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생아수는 43만6500명으로 전년보다 4만8100명 감소했습니다. 이 수치는 지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2005년(43만5000 명)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겁니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에 재학 중인 2003년생 A양은 동갑내기가 49만499명이었습니다. 지난해 태어난 B군의 또래 숫자는 10년 전보다 11% 줄었습니다.
설명이 길었지만, 부동산을 보유한 고령자들이 물량을 던질 때 그것을 받을 젊은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여러분 월급 통장을 보세요. 월급이 전셋값 오를 때 자동으로 쫓아가던가요. 2030 세대는 과거보다 구매력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부동산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부동산 시장을 어둡게 전망합니다. 부동산 시장이 꿈틀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겁니다.
물론 집을 소유의 관점에서 보는 분들께 부동산 구매 관련한 꿈도 꾸지 말라는 주장이 아닙니다. 인구 구조의 변화 정도는 고려하고 시장 참여를 고민하라는 조언입니다. 부동산에 돈이 묶여 재테크 기회비용을 날릴 것 같아 걱정되는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여러분의 부모님을 보십시오.
◇월세전환?.."계산하고 판단하라"
금리 인하에 따라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세입자를 당황하게 하죠. 감정원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가을 이사 철을 맞이해 매물을 구하는 근로자와 신혼부부 수요 등이 꾸준하지만, 금리 인하에 따른 월세전환 가속화 등으로 수급불균형이 지속돼 세종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분석했습니다.
계산해봅시다. 오른 전셋값을 내겠다고 판단했는데 현금이 모자랄 땐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이자 비용이 발생하죠. 집주인이 전셋값을 6000만원 올리고, 현금이 없어 그것을 대출로 처리한다고 칩시다. 그러면 이자(연 3.5%, 24개월, 원금만기일시상환)는 월 17만5000원입니다. 2년 동안 내는 이자는 모두 420만원이고요.
이것이 싫어 이사 갈 경우 이사 비용은 물론 부동산 탐색에도 시간과 돈을 부담해야 합니다. 이사비용견적 사이트(banki.24mall.co.kr)에서 아파트 3층· 21평·이삿짐 무게 5톤 기준으로 조회해보면 최저가는 60만원입니다. 2억4000만원짜리 전세 아파트였다면 부동산 중개 수수료는 72만원입니다.
집주인이 이런 비용과 비슷한 월세를 내라고 한다면 월세 전환에 응하는 게 이득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반대의 경우도 있겠죠.
차라리 집을 산다면 어떨까. 가진 현금이 없는 경우 돈을 모아서 집을 살지, 대출로 지르고갚을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신규취급액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58%입니다.
김은진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3억6009만원짜리 아파트를 대출 1억4404만원을 끼고 매입하면 10년 동안의 총 이자 비용(원리금균등상환)이 2754만원"이라며 "아파트 취득에 따른 세금은 468만원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대출 원금은 매월 갚아야 합니다. 국민주택기금이 지원하는 '내집마련디딤돌 대출'은 지원 대상은 부부합산 연 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에게 금리를 소득·만기별로 차등을 둬 연 2.6~3.4%가 적용됩니다.
김 연구원은 "물론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과거처럼 아파트 구매로 큰 차익을 얻는 시장은 아니다"라면서도 "아파트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에 저점을 찍은 뒤 오르고 있어 바닥을 다졌다. 전세 물량도 부족한 상태이고 고가의 전세는 보증금 회수 우려도 있으므로 구매 여력이 있는 경우 주거 안정감과 같은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