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정부가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부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세지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일 "오는 2020년까지 성인 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낮추는 것이 목표"라면서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가격은 최소 4500원 정도까지 올려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금 인상 방안이 확정될 경우 담배 가격은 현재 2500원 수준에서 2000원이 더 오르게 된다.
복지부는 관계 부처, 국회 등과 지속적인 논의를 거쳐 관련 법안이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한국납세자연맹은 담배에 붙는 세금을 과도하게 올리면 빈부격차가 심해져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난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납세자연맹은 "정부는 담뱃값 인상 명분을 저소득층 건강을 위한 것이라 말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담뱃값이 오르면 소득 대비 담배지출액이 늘어난 저소득층의 빈곤이 가중돼 스트레스가 늘고, 이 때문에 흡연을 더 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 2004년 담뱃세 인상 때도 더 걷은 국민건강부담금으로 금연 사업을 더 벌이겠다고 했다"며 "하지만 건강증진기금 중 1%만 금연 사업에 사용하고, 기금 대부분을 일반 예산사업에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정부는 복지예산이 늘고 세금은 걷히지 않아 재정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에서 조세저항이 심한 직접세를 더 걷기에는 정치적 부담이 커 술이나 담배 등에 붙는 속칭 '죄악세'에 눈독을 들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내 최대 흡연자 커뮤니티 단체인 아이러브스모킹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급진적 담뱃세 인상을 저지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연익 아이러브스모킹 대표 운영자는 "국민 건강을 명분으로 서민이 주로 애용하는 기호품인 담배 가격을 올려 부족한 세수를 확보하려는 정부의 행위는 서민경제 위협은 물론 불법담배 또는 가짜담배 양산으로 이어져 오히려 국민 건강을 해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흡연자들 역시도 청소년 흡연방지와 흡연·비흡연자의 건강 증진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담배 세금을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인상 폭이 서민 경제를 고려해 결정돼야 하고, 세금 일부가 공공구역 흡연실 설치 등 흡연자를 위해 사용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커뮤니티 회원 10만여명과 전국 흡연자가 동참할 수 있는 '급진적인 담뱃값 인상 저지와 합리적인 담뱃값 정책 마련 촉구를 위한 서명운동'을
다음(035720) 아고라와 트위터 등 온라인을 중심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시민의 직접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오프라인 서명 운동도 진행하고, 관계 부처와 상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등을 상대로 흡연자의 의견을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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