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지난해 아시아와 유럽이 전 세계 철강 수출을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중·일 3국과 인도 등 설비 과잉 상태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지역이 전 세계 철강 생산의 67%를 점유하며 생산과 수출을 모두 견인했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급격한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는 아세안 10개국이 연간 5000만톤에 달하는 철강재를 수입하고 있지만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생산이 급격하게 늘면서 수출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12일 KB투자증권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철강 수요는 16억톤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글로벌 수요의 46%를 차지하는 중국이 6.1% 성장한 반면 중국 외 나머지 국가들 수요는 1.3%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수요 비중은 65.1%까지 증가했고, 유럽은 12.0%, 북미는 9.1%를 차지했다.
일본도 지난해 전년 대비 2.8% 수요가 늘며 2012년 역성장(-1.4%)에서 돌아섰다. 반면 한국은 건설, 조선, 기계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2012~2013년 2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했다.
생산비중은 아시아가 67%로 유럽(20%), 북남미(10%)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중국, 인도 등 고성장 신흥국의 생산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역별 철강 수급 현황을 살펴보면 아시아와 유럽이 철강 수출을 주도한 반면 북미, 중동,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는 주로 철강을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설비 과잉 상태를 보이고 있는 한·중·일, 인도 등 4개국의 연간 철강 순수출 규모는 9644만톤으로 아시아 연간 수요의 9.3%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의 연간 수요와 비슷한 규모다.
그나마 아시아 지역 내에서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아세안 국가가 5000만톤을 순수입하고 있어 아시아 역외로 순수출되는 물량은 4000만톤 수준에 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세안 국가의 경우 GDP 성장률이 평균 5%에 달하는 고성장 지역인 데다, 철강 설비가 부족해 순수입이 지속되고 있으며, 보유 설비도 대부분 전기로여서 고급강에 대한 수입 수요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아세안 10개국 가운데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미얀마 등 7개국의 지난해 철강 생산량과 소비량은 각각 1911만톤, 6893만톤으로, 부족분 4981만톤을 순수입에 의존했다. 전체 소비량의 72.3%에 해당하는 규모다.
포스코의 경우 이 같은 아세안 국가의 성장세를 감안해 인도네시아에 연간 300만톤 규모의 일관제철소를 건설해 올 초부터 슬라브, 후판 등 판재류 소재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아세안 지역이 한국 뿐 아니라 중국, 일본도 과잉 물량 수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역이어서 앞으로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은 2009년부터 연평균 1548만톤의 철강재를 순수출하고 있는데, 이는 세계 1위 철강업체인 아르셀로미탈의 생산 설비가 대부분 유럽에 집중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유럽의 수출 물량은 대부분 북미, 중남미 등 아메리카 지역에 집중됐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아시아 지역의 경우 운송비에 대한 부담 때문에 범용재보다는 일부 고부가 제품 위주로 수출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이유로 아시아 물량도 유럽보다는 아시아 역내에서 수출 및 소비가 이뤄졌다. 유럽 수입 시장에서 한·중·일 3국의 합산 점유율은 4.5%에 불과하다.
한편 단일 국가 가운데 철강 순수입량이 가장 큰 곳은 지난해 1778만톤의 철강재를 순수입한 미국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미국 전체 철강 소비량의 17.0%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어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자체 생산설비가 부족한 아세안 국가가 2~4위를, 5위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차지했다.
순수출 상위국은 중국(4677만톤), 일본(3709만톤)이 압도적으로 많은 물량을 순수출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2295만톤), 러시아(1707만톤), 한국(989만톤)이 3~5위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