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회장 후보, 내부출신 유력..퇴직 OB맨들 '꿈틀'

퇴직 임원들 재발탁 가능성에 조직 안팎 '술렁'
"관치금융 막았더니 정치가 판을 친다" 지적도

입력 : 2014-10-06 오후 4:22:36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 사옥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KB금융지주의 차기 회장으로 내부출신 인사가 유력시 되면서 퇴직한 KB 출신 올드보이(OB)들의 복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폐해로 조직이 내홍을 치렀던 만큼 그 어느 때보다 내부출신이 힘을 받고 있는 상태. 그러나 한편으로 벌써부터 줄서기 등 정치가 판을 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일 KB금융(105560)의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 8명을 추렸다. 이 가운데 내부출신 인사가 5명으로 과반수가 넘는다.
 
회추위에서는 내부 출신이 차기 회장이 돼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적지 않게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후보군 면면을 보면 금융계 경력이 뛰어나더라도 낙하산 인사의 소지가 있는 외부 인사보다 검증된 내부 인사군을 넓게 가져가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내부 출신 회장이 유력시되면서 전임 회장과 행장 시절 다른 자리를 보전받지 못한 채 자리 떠나야 했던 임원들도 '화려한 복귀'를 노리고 있다.
 
한 국민은행 임원은 "요즘 KB 출신 임원들의 모임에서도 차기 회장 구도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라며 "벌써부터 선후배간의 접촉도 활발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내부에서도 전에 모셨던 담당 임원들이 다시 복귀하는 것 아니냐며 술렁인다"고 귀띔했다.
 
통상적으로 새 회장이 취임하면 계열사 사장들은 남은 임기와 상관없이 재신임을 묻기 위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한다. 이후 이들은 새 회장의 '간택'을 받아야 재신임 여부가 결정된다.
 
선별적으로 사표 일부를 수리하고 첫 인사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퇴임 임원들이 복귀하는 케이스다.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도 취임 후 첫 인사에서 전임 CEO시절 퇴임한 인사들을 다수 복귀시켰고, 어윤대 전 회장과 민병덕 전 행장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이번에는 은행 등 계열사 단위로 대규모 물갈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임 전 회장이 해임되기 직전에 임기가 끝난 계열사 사장 대부분이 유임됐지만 이후 회장과 행장이 동시에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이들은 'KB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계열사 사장들은 임 전 회장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며 당국의 징계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기도 했다.
 
다른 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임기를 다하고 퇴임했던 전 임원들을 조직 내부로 들이는 경우는 드물지만 인력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조직 쇄신이 절실한 특수한 상황에서는 불가피 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KB 내부 또 다른 관계자는 "퇴임 후 2~3년 공백은 자회사 경영에 큰 무리가 없다"며 "오히려 내부 출신으로서 조직에 대한 이해도가 깊기 때문에 조직 안정화에 기여하는 면이 크다고 본다"고 OB들의 복귀를 기정사실화 했다.
 
하지만 퇴임했던 임원이 다시 돌아오면서 내부 승진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되는 동시에 '줄서기' 문화가 판을 치게 된다는 부작용도 있다. 구시대의 인물들이 무너진 KB 조직을 바로 세울 수 있겠느냐는 반감도 있을 수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관치금융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외이사가 회추위원장을 맡은 것을 보더라도 당국은 KB 회장 인선에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라며 "다만 금융위원장의 말처럼 '관치가 없으면 정치가 판을 치게 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 회추위는 (가나다순으로)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김옥찬 전 은행장 대행, 윤종규 전 KB금융 부사장, 지동현 전 KB국민카드 부사장, 황영기 전 회장 등 내부출신 5명과 이동걸 전 신한금융투자 부회장과 양승우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 회장, 하영구 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 및 씨티은행장 등 3명을 회장 후보로 선정했다. 회추위는 오는 16일까지 후보군을 4명으로 다시 압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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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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