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탕 국감자료?.."지적에도 꼼짝않는 정부가 문제"

입력 : 2014-10-10 오후 5:52:4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7일부터 시작된 2014년도 국정감사가 첫주를 마무리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국감에서도 고질적인 병폐가 고쳐지지 않은 모습이다. 의원들이 피감기관에 매년 같은 문제를 지적하고 과거 자료와 겹치거나 날짜만 고친 재탕 자료가 여전해서다.
 
국회가 똑같은 자료를 우려먹을 만큼 '일 안 하고 무능하다'는 지적인데, 국감 준비의 실무를 책임지는 국회 보좌관들의 하소연은 다르다. 국회의 반복된 지적과 개선 요구에도 정부가 대책 마련에 소홀하다는 것. '재탕'보다 '복지부동'이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다.
 
1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지난 일주일간 국회의 13개 상임위원회에서 국감용으로 발표한 보도자료는 의원별로 일평균 5건 남짓. 20일까지 진행될 이번 국감에서 의원들이 해당 부처에 요구한 자료를 책으로 묶으면 두꺼운 사전 두께로 대여섯권에 이를 정도다.
 
이 가운데 공공기관 기관장의 고액연봉과 법인카드 사용내역, 공기업의 과도한 복리후생, 특정 부처의 특정 학교인맥과 낙하산 인사, 전관예우 문제, 특정 기관의 특정 업체 몰아주기, 국민권익위원회 권고사항 무시, 장애인과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처우 문제 등은 의원마다 한번씩은 꼭 건드리고 재탕 자료가 가장 나오는 단골 분야들이다.
 
◇10일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렸다.ⓒNews1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만 해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의 방만경영과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패는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의원(6일자 '공공기관들 혈세로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과 정의당 김제남 의원(6일자 '실패한 해외자원개발 볼레오 사업, '부도' 숨기고 국민혈세 2조원 날릴 판') 등을 비롯한 다수의 의원이 해마다 지적하는 내용이다.
 
경제사회인문연구회 소속 국책연구기관의 예산낭비는 정무위원회 단골 메뉴(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 10일자 '국책연구원 먹여 살리는 비정규직')고, 장애인 고용부진과 비정규직 차별 문제는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이라면 빼놓지 않는 의제다.
 
다른 상임위원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는데, 이러다 보니 한가지 문제에 대해 여러 의원이 중복해서 자료를 내는 경우도 있고, 과거 자료에서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나오는 자료, 날짜만 최신화해서 발표되는 자료 등이 넘쳐나는 게 우리 국감의 현실이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A 의원의 한 보좌관은 "국감 때마다 제기되는 문제는 국민 입장에서 봤을 때 그만큼 심각하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미"라며 "그러나 매년 지적된 문제에 대해 피감기관이 전혀 고칠 모양새를 안 보이니까 또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B 의원의 보좌관은 '재탕 자료'라는 말에 불편함을 드러냈다. 그는 "재탕이나 붕어빵이라는 표현 자체가 피감기관 입장에서 봤을 때 그렇다는 것"이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피감기관의 복지부동과 무성의한 대책 마련이 심하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C 의원실 관계자는 "피감기관은 방송으로 비취지는 국감 현장에서만 잘 모면하면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국회가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안을 내놔도 사실이 아니라거나 통계를 잘못 해석했다는 식의 해명자료 내기에 바쁜 게 피감기관"이라고 말했다.
 
다만, 재탕 자료에 대해 국회도 책임에서 아예 벗어날 수는 없어 보인다. 언론 보도 횟수나 이슈 선점 등을 신경 쓰다 보면 국민의 관심이 높은 단골 의제·재탕 자료를 또 쓸 수 밖에 없는 것. 국회가 국감 때만 피감기관에 목소리를 높일 뿐 후속대책 확인에는 소홀하다는 점도 문제다.
 
A 의원실 보좌관은 "국감 때 문제를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했으나 후속대책을 일일이 확인하지 못할 때도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회에서 후속대책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피감기관 역시 후속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문제가 아니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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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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