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주방가전의 중심이 가스레인지에서 전기레인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가운데, 가전분야 철수 움직임을 보였던 지멘스가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며 건재함을 알렸다.
16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가스레인지와 전기레인지의 매출 비중은 95.2%대 4.8%로 가스레인지가 압도적이었지만 1년 만에 69.7%대 30.3%로 격차가 크게 줄었다. 전기레인지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918% 급증하며 주방가전의 중심 축이 이동하는 변화상을 증명했다.
전기레인지는 가스레인지에 비해 높고 빠른 열 전달력과 안정성, 깔끔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가격과 누진세 등의 비용 부담 등으로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전통적으로 가스레인지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시장의 소비문화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유럽산 전기레인지의 진출 확대와 빌트인 시장 위주의 폐쇄적 구조에서 일반 판매까지 확대하는 유통 구조의 변화 등으로 빠르게 판매량을 늘려왔다. 국내에서는 리홈쿠첸이 전기레인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 관련 법규의 개정도 전기레인지 인기에 힘을 실었다. 정부는 지난 2010년 사용자 부주의로 인한 가스레인지 화재사고 발생률을 줄이고, 고령 사용자를 배려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과열방지장치 의무화' 규정을 기존 가장 큰 버너에만 적용하던 것에서 올해 전체 버너로 확대 시행했다.
규정 준수를 위해 버너에 장착해야 하는 과열방지 장치는 개당 4~5만원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저가형 2구 가스레인지 기준 제품 가격이 2배 상승하며 전기레인지와의 가격 격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이 같은 흐름 속에 주방가전의 명가 지멘스가 높은 품질력과 인지도를 앞세운 전기레인지 및 인덕션의 라인업을 확대하고 나섰다. 현재 국내 프리미엄 전기레인지·인덕션 시장은 지멘스와 밀레, 휘슬러 등이 시장 패권을 두고 자웅을 겨루고 있는 구도다.
최근 지멘스는 ‘보쉬앤지멘스홈어플라이언스(BSH)’라는 이름으로 공동사업을 벌여오던 보쉬에 BSH 지분 전량을 넘기며 가전사업에서 철수하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다. 때문에 지멘스의 브랜드력 약화나 사업 완전 철수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지멘스 가전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이덕형 화인어프라이언스 이사는 "그만큼 강력한 브랜드를 인수한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며 "제품 출시나 라인업 확대에는 전혀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멘스 가전은 유럽지역과 중국에서 강세다. 유럽지역은 BSH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공을 들여온 지멘스의 전통적인 텃밭이며, 지멘스에 대한 우호적인 정서를 바탕으로 한 중국시장 역시 하이얼에 이어 2, 3위의 점유율을 다툴 정도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한다.
지멘스는 지난 2차 세계대전 일본군에 의한 난징대학살 당시 중국 지사장이었던 존 라베가 직원들을 비롯한 25만여명의 중국인을 회사 안으로 피신시킨 사건을 계기로 중국인들 뇌리에 우호적인 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처럼 BSH가 굳이 세계 최대 가전시장의 두 축인 유럽과 중국시장에서 강세를 띄는 지멘스의 브랜드명을 버릴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지멘스 역시 국내 가전사업 중 약 30%가량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전기레인지 시장에 불이 붙은 최근 분위기를 이어가 프리미엄 주방가전 시장에서의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지멘스는 총 7종의 전기레인지 라인업을 구축하고 있다. 오는 2015년 초까지 전기레인지 2종·인덕션 3종의 라인업을 추가 출시할 예정이다. 예년에 비해 대대적인 라인업 확대 결정이다. 지멘스 관계자는 "최근 인기가 높은 전기레인지·인덕션 시장 공략을 위해 보다 공격적인 라인업 확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환경적인 요소도 도와주고 있으니 당분간 전기레인지로의 중심축 이동은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경쟁업체들보다 전기레인지와 인덕션 라인업에 오랜 기간 집중해온 만큼 차별화된 제품력으로 승부하면 좋은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 방이동 지멘스 쇼룸에 전시된 지멘스 전기레인지와 인덕션 라인업(사진=정기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