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감청' 논란 끝났지만..'사이버 검열' 핵심은 檢의 인지수사

檢, 기존 입장서 후퇴 불구 '인지수사' 입장은 불변

입력 : 2014-10-17 오후 4:46:01
[뉴스토마토 한광범기자] 다음카카오측의 강경한 입장으로 카카오톡 감청 논란이 일단락 됐다. '사이버 검열' 논란의 가장 뜨거운 화두였던 카톡 논란이 수그러들었지만, 사이버 검열 논란을 가라앉히기에는 턱없이 모자르다는 지적이다.
 
검찰 스스로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을 인지해 수사하겠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 시절 '정부 비판 입막음용'으로 악용된 '명예훼손' 수사가 다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단속 강화' 방침이 나온 후, 엄청난 비판이 제기됐다. '사이버 유신'·'사이버 사찰' 등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문제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였다. ▲검찰이 직접 '현재 논란이 되는 명예훼손'에 대해 수사를 개시한다는 점과 ▲검찰이 이를 위해 실시간 모니터링팀을 운용한다는 점이 논란이 됐다. 곧바로 '대통령 등 정부 비판 입막음'이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다.
 
거센 비난이 계속 되는 와중에도 검찰은 추가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1주일 뒤, 검찰 관계자 조금 더 구체적인 말을 했다. '공적기관·공직인물' 등에 대한 명예훼손이 사회적 현안이 됐을 때, 포털사이트 등의 공개된 곳에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단속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 관계자는 공직기관이나 공직자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내용의 글을 '퍼 나른 행위'까지 수사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사이버 검열 논란이 더욱 커졌다.
 
검찰의 방침이 문제가 된 것은 '인지수사' 부분이었다.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로서, 그동안 피해자의 고소 등이 있어야 수사에 나서던 수사 방식을 일부 탈피하겠다는 얘기였다.
 
이 시점에서 카카오톡 논란이 번지기 시작했다. '국민메신저'에 대한 영장 집행을 통해 수사기관이 대화 내용을 확보한 사례가 알려진 것.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짐에 따라 논란 역시 증폭됐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이사가 지난 16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속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등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News1
 
이 상황에서 지난 1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문제없다'는 식의 태도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다음카카오는 결국 사과와 함께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을 발표했다. 수사기관이 감청영장이든 압수수색영장이든 카카오톡의 대화 내용을 확보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졌다.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검찰의 발표 중 일부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며 사과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사고와 동시에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무차별 수사는 아니다'면서도 '악의적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선 수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대답에 야당 의원들은 곧바로 "'악의적'이라는 말 자체가 자의적"이라고 반박했다.
 
대검도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황 장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아울러 '실시간 모니터링'에 대해 "공개된 인터넷 상에서 심각한 명예훼손 게시글을 확인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결국 검찰 방침 후부터 문제로 지적된 인지수사와 모니터링은 그대로 유지된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는 전담팀이 국회의원·대통령 가족·연예인·운동선수 등의 명예훼손 사건을 수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13일 정의당 서기호 의원을 통해 공개된 지난달 18일 대검찰청에서의 첫 대책회의 문건을 보면,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대책회의 문건에는 '검토배경' 부분에 박근혜 대통령의 이틀 전 발언이 적시돼 있다. '대통령 심기 경호'라는 비판에 힘을 실어주는 부분이다.
 
또 검찰이 중점 수사 대상으로 ▲근거 없는 폭로성 발언 ▲국가적 대형사건 발생 시,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각종 음모설, 허위 루머 유포 ▲공직자에 대한 악의적 중상·비방을 천명한 것도 논란이 됐다.
 
"명예훼손 처벌이 아닌 정부정책 반대 막겠다는 것"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황 장관은 이와 관련해 "회의 중에 나온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법무부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왼쪽)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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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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