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환경운동단체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원전의 갑상선암 발병 책임'을 따지는 집단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7일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이 부산시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주변에서 20년간 살다가 갑상선암에 걸린 박모씨(여·48세)에 대해 원전의 암 발병책임을 인정하고 한수원으로 하여금 박씨에게 손배를 보상할 것을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24일 환경운동연합은 "고리 원전 판결을 통해 원전지역에서 암으로 고통받은 주민들이 원전에 책임을 물을 길이 열렸다"며 "피해자 공동 소송에 나설 원고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고리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전경(사진=뉴스토마토)
이번 소송의 원고 모집은 고리와 월성, 한울, 한빛 등 전국 4개 원전지역의 방사능비상계획구역(8㎞~10킬로미터㎞) 내에 3년 이상 거주 경험이 있는 갑상선암 발병자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오는 11월30일까지 1차 원고모집을 진행한다"며 "변호인단은 고리 원전에 소송을 제기한 박모씨를 도와 승소를 이끈 변호사들"이라고 설명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원전에서는 나오는 방사성물질은 기체물질과 액체물질로 나뉘는데, 기체 방사성물질은 필터를 통해서도 걸러지지 않는 삼중수소와 노블가스가 그대로 환경에 방출되고 액체 방사성물질은 바닷물에 희석돼 온·배수와 함께 바다로 흘러간다.
이에 법적 기준치 내의 방사선이라도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들이 공기 중과 지하수로 스며든 방사성물질에 정기적으로 노출되면 암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한수원은 환경단체의 이런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서울대 역학조사 결과 갑상선암이 원전의 방사선과 무관한 것으로 결론났다"며 "원전지역에 사는 여성만 갑상선암 발병률이 높고, 갑상선암이 아닌 다른 암은 발병률이 낮으며,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전지역 거주기간과 비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수원은 또 자체적으로 원전지역의 환경시료(토양, 물, 채소, 곡류, 해산물 등)를 채취해 방사능을 분석하고 있지만 자연방사선량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우리나라 어디에 살든지 모든 사람들은 자연에 있는 방사성물질에 의해 연간 평균 3m㏜(밀리시버트) 정도의 방사선에 피폭되지만 원전에 의한 방사선량은 그보다 훨씬 낮다"며 "원전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갑상선암 발병률도 낮다"고 덧붙였다.
현재 한수원은 보건복지부 통계를 인용해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여성들의 갑상선암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며 "고리 원전지역에 거주해 갑상선암에 걸렸다고 주장한 박모씨의 암 발병 역시 방사선 피폭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