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전례 없던 막걸리의 호황은 몇년 가지 못해 막을 내렸다. 국내 주류 시장의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중 한류를 대표하던 막걸리 수출은 지난 2011년 5274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2012년 3689만달러, 2013년 1886만달러로 전년보다 각각 30.0%, 48.9% 급감했다.
무엇보다도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의 유행이 주류 시장을 휩쓸면서 막걸리 업계에 큰 타격이 됐다.
갑자기 커진 매출 규모를 무리하게 유지하려 했던 일부 업체의 불공정 행위도 소비자의 등을 돌리게 만든 원인 중 하나였다.
◇일본 수출량 급감..대기업도 시장 이탈
국내 주류 시장에서 막걸리는 양적 성장을 이뤘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장에 제대로 대처하기 위한 경쟁력은 턱없이 부족했다.
막걸리의 인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류 업계에서는 '소맥'이 돌풍을 일으켰고, 이는 일시적이 아닌 현재까지도 일반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또한 취향의 다변화로 수입 맥주, 와인 등을 즐기는 소비자가 점차 늘면서 막걸리가 설 자리는 좁아지기 시작했다.
수출 시장에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일본을 상대로 한 물량이 급감한 것이 침체의 주요한 원인이었다.
관세청 수출입 통계자료를 보면 일본에 수출된 막걸리는 2011년 4842만달러에서 2012년 3199만달러, 2013년 1363만달러로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사실상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던 지난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는 영세업체를 내수 사업을 보호하기 위해 막걸리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일본 막걸리 수출량(단위: 만달러). (자료제공=관세청)
◇'밀어내기' 불공정 행위로 신뢰도 하락
국순당(043650), 서울탁주, 우리술 등 전통주 제조업체는 2012년 차례로 저도주 캔 막걸리를 출시하면서 반등을 노렸지만, 업체별 매출의 5% 미만에 머무는 등 부진을 막는 것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제품이 선보이면서 시장이 활성화돼야 하지만, 업계의 현실로는 힘든 상황"이라며 "수많은 제조업체 중 현재와 같은 캔 막걸리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5곳 수준"이라고 전했다.
시장의 성장이 꺾이기 시작하면서 이전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부 업체의 불공정 행위는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았고, 이는 소비자 불신으로까지 이어졌다.
형제기업인 국순당과 배상면주가는 지난해 대리점에 대한 본사의 이른바 '밀어내기'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적발됐다.
앞서 배상면주가의 한 대리점주가 본사의 강매와 빚 독촉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때문에 두 기업의 대표가 그해 국정감사에 직접 출석해 재발을 방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사태 수습에 나섰다.
두 기업을 비롯한 식품·유통업계의 고질적 '갑의 횡포'는 지난해 주요 이슈 중 하나였고, 불매운동 등 소비자 인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이러한 상황에도 시장을 다시 살리기 위한 업계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은 유지되고 있다.
다만 막걸리 열풍 초기 주효했던 항암 효과 등 기존의 웰빙 콘셉트 만으로는 더이상 시장을 공략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인식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막걸리의 유행이 완전히 꺾인 정도는 아니다"면서 "새로운 주류 트렌드를 창출하고, 제품의 경쟁력을 키우는 것만이 현재 상황을 벗어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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