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세계 1위의 한국 조선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올 들어 신규 수주가 급감하면서 대형 조선에 이어 중소 조선시장도 꽁꽁 얼어붙었다. 셰일가스 개발 붐으로 고부가 해양플랜트 발주가 뚝 끊긴 데다, 상선분야에서는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의 가파른 추격으로 설 자리가 좁아졌다.
29일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국내 중소 조선소의 수주량은 131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30.2% 급감했다. 특히 3분기에는 전체 수주량이 단 7척에 그치는 등 매우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그동안 국내 중소 조선소들이 강점을 보였던 벌크선과 중소형 탱커시장이 위축되고 엔화 약세 영향으로 일본 조선소들의 약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중소 조선소의 일감이 부족해진 탓이다.
최근 대형 조선소들이 컨테이너선, 벌크선 등 일반상선 분야에서 중국에 일감을 빼앗기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조선업은 중국과 일본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지난해의 경우 PC(제품운반선) 시장의 호조로 PC 비중이 크게 높았지만, 올해는 PC 시장마저 위축되면서 벌크선, 탱커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내 중소 조선소의 3분기 누적 수주액은 전년 동기 대비 5.9% 감소한 24억8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와 비교해 수주량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다행히도 선가가 지난해보다 높게 형성되면서 수주액은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3분기까지 중소 조선소의 수주액 비중은 국내 전체 조선 수주액의 11.1%로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지난해는 중소 조선소들이 42억2000만달러를 수주해 전체 조선 수주액의 10.3%를 차지했다.
국내 중소 조선소의 수주잔량은 9월 기준 약 439만CGT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3분기 저조한 수주 실적에도 불구하고 수주잔량이 비슷하게 유지된 것은 건조실적 역시 부진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올 3분기 누적 건조량(인도량)은 DWT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48.7% 감소한 221만DWT로 집계됐다.
한편 중소 조선의 수주난은 4분기부터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미국 셰일가스 개발로 석유제품 수출이 증가하면서 4분기부터 제품운반선 등 탱커선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소형 컨테이너선은 올 들어 많은 양의 선박 해체가 진행됐고 다른 선종에 비해 연비절감에 대한 수요가 높아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 수요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벌크선 시장은 규제 회피와 에코십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양호한 시황을 유지했지만, 최근 유가하락으로 고연비 선박에 대한 투자가 감소하면서 시장 회복 기대는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