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기업들이 실적 악화와 경기회복세 부진 여파로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경상수지가 31개월째 흑자를 이어가며 연간 경상흑자 사상 최고치 기록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기록과 현실은 전혀 상관이 없는 실정이다.
경상수지 흑자가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내수 위축으로 수입이 감소해 발생하는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이고, 한국경제의 버팀목이던 수출기업도 줄어드는 수출 때문에 흔들리고 있다. 내수와 수출 모두를 우려해야 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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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 경상수지 흑자는 76억2000만달러로 전월보다 4억2000만달러 증가해 31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또 올 연간 전망치인 840억달러 흑자를 달성하며 '사상최대'를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들의 심리는 불안하다. 내수부진과 대내외적으로 불확실한 경제상황 여파로 앞날이 '깜깜'하다고 난리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조사한 제조업체들의 경기인식을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년전보다 9포인트나 떨어진 72를 기록했다.
환율이 2분기에만 52.9원이 떨어지며 수출업체를 힘들게 했던 원화강세가 기존보다 나아졌지만 변동폭 확대는 더 커지며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영향이다.
대외요인도 한몫한다. 독일 등 유로지역 경기부진 심화와 중국 성장세 둔화, 미국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 불확실한 경제상황이 기업들을 그늘지게 하고 있다.
연간 사상최대치 기록을 앞둔 경상수지 흑자도 수출증가가 아닌 내수부진에 따른 수입감소로 발생하는 '불황형 흑자'라는 문제가 크다.
내수를 구성하는 민간소비와 투자의 증가율이 2000년대 중반이후 국민총샌산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하회하면서 내수 부진이 심화되고 있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내수의 수입기여도가 하락세를 나타내며 내수 침체가 수입증가율의 둔화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그나마 성장을 견인해 온 수출부진까지 겹쳤다. 올해 3분기 수출이 전분기보다 2.6%나 감소하면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
해외생산을 통한 수출 둔화가 이어지며 수출 흑자폭을 줄이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스마트폰, LCD등의 부진으로 전기·전자기기를 중심으로 GDP가 전기대비 0.9% 감소했다.
그동안 경상흑자를 늘린 배경에는 제조업체들의 해외생산 확대가 컸다.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로 국내기업이 해외에서 상품을 구매해 외국시장에 수출하는 해외 현지수출(중계무역)과 국내에서 재료를 보내 해외에서 완제품을 만드는 가공무역 수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중국 정부의 제한조치에 가공무역이 줄어들고 있고, 주로 중계무역으로 거래되는 스마트폰 판매도 부진하면서 중계무역도 감소하고 있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소비가 부진하면서 선진국 경제의 미약한 회복과 원화강세 엔화약세에 따른 수출 제품의 가격경쟁력 약화가 수출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빈 한은 경제통계국 기업통계팀 팀장은 "최근 여러 기관에서 국내 경제전망을 낮추고, 주가하락, 악화된 3분기 실적 등에 따라 기업들이 심리적 요인이 크게 악화됐다"며 "기업들이 스마트폰 등 중국과의 경쟁심화, 내수부진, 환율 변동폭 확대 등 불확실한 경제상황에 따라 경영계획을 수립하기가 어렵다고 아우성"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