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이혜경(62) 전 동양그룹 부회장과 홍송원(62) 서미갤러리 대표가 동양사태 후 재산을 서미갤러리 창고에 보관했다는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창고에 물품을 보관한 것은 매각을 위한 것일 뿐 채권자들이 재산을 찾지 못도록 숨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 부장) 심리로 진행된 5차 공판에서 이혜경 전 부회장 변호인은 "갤러리 창고에 그림 등의 물품을 보관했다고 해도 이게 은닉 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일반적으로 매각을 위해서는 그림을 반출하는 것은 불가피란 것"이라며 "당시 이사를 준비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집에서는 보관이 안돼서 창고에 옮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품 반출을 도운 임모 전 동양네트웍스 과장의 변호인도 이와 같은 주장을 했다.
임 전 과장의 변호인은 "강제집행면탈에 대한 고의는 없었다"며 "이 부회장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의 장남의 지시에 의해 단순히 물건을 옮기는 것으로 이해했다"고 항변했다.
강제집행면탈은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재산을 허위로 양도·은닉·손괴하거나, 허위의 채무를 부담하는 것을 뜻한다.
홍송원 대표도 "강제집행면탈이라는 건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반출 행위 자체가 매각을 전제로 한 것"이라며 "창고에 제품을 은닉해버리면 채권자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장은 "사실 관계를 다투는 것 같지는 않다"며 "피고인간 협력행위로 인정되는지, 횡령에 해당되는지 등에 대한 심리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12월2일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다.
이혜경 전 부회장은 4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에게 1조7000억원의 손실을 입힌 직후 재산이 가압류되자 이를 피하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성북동 자택과 동양증권 사옥 등에 있는 고가의 그림과 고가구 등을 빼돌린 다음 갤러리 창고에 숨겨 일부를 판 혐의로 기소됐다.
이 전 부회장을 도와 그림을 매각한 혐의로 홍송원 대표와 임모 전 동양네트웍스 과장도 같이 재판을 받고 있다. 홍 대표는 미술품을 빼돌리는 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판매대금 일부를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