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FTA)발효까지 넘어야 할 산 많다(종합)

입력 : 2014-11-10 오후 5:12:43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우리나라와 중국의 자유무역협정(FTA)이 타결됐다. 우리 정부는 중국 공산품 시장을 열고 미래 유망산업과 중소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한편 국내 농산물 시장을 지켜냈다는 데 의의를 뒀다. '나름 선방한 FTA'라는 자평이다.
 
하지만 농산물 시장을 지키는 대신 중국 공산품 시장을 충분히 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한-중 FTA 정식 발효까지 넘을 산이 많아 타결 이후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날 오전 윤상직 산업부 장관과 가오후청(高虎城) 중국 상무부장이 한-중 FTA 협상을 타결했으며, 이어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를 공식선언했다.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이 한-중 FTA 타결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이번 FTA는 우리나라의 13번째 FTA로, 우리나라는 미국과 EU, 중국 등 세계 3대 경제권과 모두 FTA를 맺은 유일한 나라가 됐다. 우리의 경제영토는 61%에서 73%까지 늘었다.
 
이번 협상 결과에 대해 정부와 청와대는 "한-중 FTA의 농산물 시장개방 수준은 한-미 FTA와 한-EU FTA는 물론 지금까지 우리가 맺은 FTA 중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쌀을 포함한 614개 품목을 양허제외하고 수입액 60%는 관세철폐 대상에서 뺐다"고 말했다.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국내의 우려를 고려해 보수적으로 FTA 협상에 임했다는 것.
 
아울러 우리나라와 중국은 한-중 FTA에서 자동차도 양허제외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는 "중국은 자동차를 초민감품목으로 지정했다"며 "우리나라 역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중국에서 현지생산 체제를 구축해 굳이 자동차 관세를 철폐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값싼 중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을 우려한 목소리도 반영됐다.
 
대신 정부는 우리나라가 농산물 시장을 지키기 위해 중국 공산품 시장을 충분히 못 열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산품 분야의 공세적 이익을 소홀히 한 게 아니다"고 반박했다. 
 
스포츠와 의료기기, 생활가전 등 미래 유망업종과 중소기업 분야에서는 이익을 취했고 한-중 FTA 자유화가 최종 달성될 경우 연간 관세 절감예상액은 54억4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이는 한-미 FTA 관세절감액(9억3000만달러)의 5.8배다.
 
이 밖에도 한-중 FTA 타결을 위해 우리나라는 수출 품목수 79%(9690개), 수입액을 기준으로 77%(623억달러)에 해당하는 물품의 관세를 10년 이내에 철폐한다. 또 품목수 92%(1만1272개), 수입액 91%(736억달러)의 물품의 관세를 20년 이내에 철폐한다.
 
중국은 품목수 71%(5846개), 수입액 66%(1104억달러)에 해당하는 품목의 관세를 10년 내에 철폐하고 품목수 91%(7428개), 수입액 85%(1417억달러)의 관세를 20년 내에 없앤다.
 
한편, 우리 정부와 중국은 올해 중 한-중 FTA 가서명 절차를 완료하기로 했다.
 
가서명이란 실질적 타결을 통해 합의된 한-중 FTA 협정의 내용을 조금 더 구체적인 조항으로 작성해 영문 협정문으로 작성한 뒤 법률적 검토를 거쳐 양국이 서명하는 절차다.
 
가서명한 협정문은 이후 자국 언어로 번역해 정식으로 서명하는 절차를 거치는 데 이때 정부는 가서명 영문본을 국민에 공개하고 국민 의견을 모으게 된다. 정부는 FTA 협정문 가서명 후 정식서명까지 3개월~4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정식서명 후 남은 절차는 FTA 협정문 국회 비준이다. 정부가 국회에 한-중 FTA 국회 비준동의안을 제출하면 국회가 이를 검토하고 최종 승낙을 내리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한-중 FTA를 서둘러 추진한 만큼 몇가지 쟁점에서 다시 합의할 필요가 있고 농민단체의 반발 탓에 정식서명과 국회 비준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으리라고 관측된다.
 
실제로 산업부는 자동차의 양허제외와 관련해 "FTA 협정문 내용 중에는 '당사자 중 일방이 문제를 제기할 경우에는 양허안에 대해서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근거조항이 있다"며 "추후에 자동차 산업발전 추이나 자동차 시장개방 필요성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해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농민단체는 정부가 쌀을 포함한 670여개 농산물을 중국으로부터 지켜냈다는 성과를 평가절하했다. 이미 내년 1월1일부터 쌀을 관세화하기로 한 마당에 한-중 FTA로 쌀을 양허제외했다고 해서 쌀 수입량 급증이라는 대세에는 지장을 못 준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농산물 보호대책에 대해서는 "농산물 등의 국내 보완대책은 통상절차법에 나와 있는 절차에 따라 우선 피해액수를 산정하고, FTA 경제영향평가를 진행하는 한편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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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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