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원석기자] 생물자원 이익공유에 대한 나고야의정서가 적용되면 제약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의약품 제조원가가 오르고 국제분쟁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
어느 제약사도 나고야의정서에 자유롭지 못하다. 상당수의 의약품이 생물자원의 천연물 성분이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영향권에 접어들기 전에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익공유 추가비용 발생..의약품 제조원가 부담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을 이용한 이익을 원산지 국가와 나눠야 한다는 국제규범으로 지난해 10월 발효됐다.
기존에는 원료값만 지불하면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해 의약품을 개발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생물자원 원산지 국가와 협의를 거쳐 로열티까지 지불해야 한다.
타격이 예상되는 산업은 생물자원을 많이 이용하는 제약, 화장품, 바이오 부문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천연물신약뿐만 아니라 화학의약품도 이익공유 대상이 된다.
국내 허가된 의약품의 60~70%가 천연물 성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의 제약사가 이익공유 대상에 해당된다는 의미다.
이는 의약품의 제조원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고스란히 제약사가 떠안아야 할 비용이 된다. 의약품 약가 결정 구조에서 원가를 고려 대상으로 삼지 않기 때문이다.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국제분쟁도 불가피
생물자원의 권리를 각국이 주장해 맞부딪치거나 얼마의 로열티를 주고받을지 계약과정에서 국제분쟁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성공한 천연물신약 '스티렌'도 분쟁 가능성이 제기된다.
동아에스티(170900)가 토종 생물자원인 쑥(애엽)을 사용해서 만들었지만, 오히려 중국에 로열티를 지불해야 할지도 모른다.
위염치료제인 스티렌은 출시되자마자 성공가도를 달려 지난해 5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대형약물이다. 생산물량이 크게 늘자 동아에스티는 원료 일부를 중국에서 조달했는데, 나고야의정서로 다툼 요소가 생겼다. 중국이 자국의 생물자원을 사용했다며 동아에스티에 이익공유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쑥을 두고 서로가 생물자원 권리를 주장할 수 있어 문제가 간단치 않다. 쑥은 우리나라의 생물자원이면서도 중국의 생물자원이기 때문이다. 졸지에 동아에스티는 스티렌 수익에서 일부를 중국에 떼줘야 할지도 모른다.
스티렌뿐만이 아니다. 상당수의 이익공유 의약품이 로열티 계약 과정에서 충돌을 맞게 된다. 높은 로열티를 챙기려는 원료공급처가 줄줄이 재계약을 요구해서다. 이익공유 비용을 얼마로 책정하느냐를 두고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
다만 나고야의정서의 파장이 국내 제약업계에 아직까지 미치지 않는 것은 제도 시행의 초기단계이기 때문이다.
나고야의정서는 국제규범이지 구체적인 규정은 각 국가에 위임된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각국은 관련법을 마련하고 있다. 법안이 정식으로 시행되면 분쟁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전문가들은 그 시점을 이르면 올 하반기 정도로 보고 있다.
◇제약사 인식 낮아..자사품목 찾아봐야
전문가들은 막대한 추가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환경부는 나고야의정서에 따른 추가 이익공유 비용을 연간 3500~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제약업계의 추가비용은 980억원에 달한다.
막대한 영향력에도 국내 제약사의 인식은 여전히 낮다. 상위사들만이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고, 중하위사들은 파급효과를 간과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나고야의정서에 대해서 준비하고 있는 업체는 일부 상위사들뿐이고 대부분 인식이 낮다"고 말했다. 나조야의정서의 피해를 줄이려면 지금부터라도 각사가 준비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각 제약사는 나고야의정서의 개념을 이해하고 자사의 제품들이 여기에 적용받는지를 찾아봐야 한다"며 "정부의 홍보 활동에도 귀기울여 우리 기업이 놓인 위치를 확인하고, 관련 정보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환경부는 이익공유 협약시 적용가능한 메뉴얼인 '예시계약서'를 만들고 있다. 예시계약서에는 로열티 계약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세부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