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지난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갈등으로 촉발된 경영진 내분 사태의 핵심 당사자인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
(사진)가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정 감사를 마지막으로 'KB사태'의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임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병기 국민은행 상임감사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1년간 맡아 온 국민은행상임감사위원 직을 사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정 감사의 임기 만료일은 오는 2017년 1월 2일로 아직 2년이나 남아있는 상태다.
정 감사는 "새로운 KB 경영진의 분위기 쇄신과 경영비전 구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상임감사위원 직을 사임하는 것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전산기 전환사업과 관련해 그간 원칙에 입각해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과 설득을 다했다"면서 직접적인 책임론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책임자, 임영록 전 회장, 이건호 전 행장, 사외이사들을 포함한 관련 임직원들이 물러나는 변화 속에서 내심 번민의 나날을 보낸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지난해 11월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이 취임한 이후 'KB사태'의 책임을 지고 이사회가 연임을 포기하고, 임원들까지 연말 인사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정 감사도 책임을 져야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했다.
정 감사는 지난해 4월 국민은행 주 전산기 교체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감사 보고서를 작성해 이사회에 채택을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당하자 금융당국에 보고서를 전달했다. 이에 따라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논란이 벌어졌고 지주와 은행간 진흙탕 싸움으로 번졌다.
결국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물러났다. KB사태 당시 책임자였던 윤웅원 KB금융 부사장과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도 이번 연말 인사를 통해 퇴임했다.
앞서 지난달 중순 KB금융 사외이사진은 오는 3월 정기주주총회 때 전원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종규 회장 선임과 함께 이경재 KB금융 이사회 전 의장이 물러났고, 고승의 전 사외이사 등 남아 있는 사외이사는 사퇴하거나 사의를 표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