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올해는 한국 창작뮤지컬 해외진출의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2년 간의 해외진출 모색기를 지나고 창작뮤지컬의 해외진출 소식이 잇따라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해외진출 흐름이 지난해 경기 침체로 인해 거세게 일었던 국내 뮤지컬 시장의 위기론을 잠재울 지 주목된다.
◇일본 진출하는 뮤지컬 <온 에어 야간비행> 포스터(사진제공=뮤지컬 온에어)
중국·일본 등지에 진출하는 창작뮤지컬은 올해 1분기에만 다섯 편에 달한다. 먼저 에이콤인터내셔날의 뮤지컬 <영웅>이 오는 2월 7일과 8일 중국 하얼빈시 환구극장에서 공연을 펼친다. 또 다른 제작사 뮤지컬 온에어의 경우 일본 최대 문화콘텐트 티켓 유통사인 피아와 손 잡고 오는 2월 5일부터 12일까지 일본 도쿄 소재 제프블루시어터 롯본기에서 뮤지컬 <온 에어 야간비행>을 무대화한다.
또 올해 10주년을 맞는 국내 대표적 창작뮤지컬인 <빨래>는 오는 28일부터 2월1일까지 일본 하쿠힌칸 극장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2014 창작뮤지컬 해외지원사업’ 우수재공연으로 선정된 뮤지컬 <총각네 야채가게>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 중국 라이선스 투어공연을, 2월에는 오리지널 공연을 선보인다. 앞서 지난 1월 11일과 12일에는 2013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 대상작이었던 뮤지컬 <사랑꽃>이 중국 ‘동관뮤지컬페스티벌’ 폐막공연으로 초청되기도 했다.
◇중국 '동관뮤지컬페스티벌' 폐막공연 뮤지컬 <사랑꽃>(사진제공=DIMF 사무국)
국내 창작뮤지컬의 해외진출은 하루 아침에 일어난 일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지난 1~2년 간 뮤지컬계의 꾸준한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례로 2013년 CJ E&M은 중국 기업들과 합자해 ‘아주연창문화발전유한공사’를 설립, <김종욱 찾기>를 <첫사랑 찾기>라는 이름으로 공연하며 첫 라이선스 공연 사례를 남긴 바 있다. 고 이영훈 작곡가의 히트곡으로 만든 <광화문 연가>도 2012년과 2013년 일본과 중국에서 투어 공연을 펼쳤다. 2014년 DIMF가 제작한 <투란도트>의 경우 중국 공연으로 중국과의 교류에 매개체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작뮤지컬의 해외진출과 관련해 최윤정 DIMF사무국 운영팀장은 "한국 창작뮤지컬이 아시아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호평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아시아권에서 볼 때 유럽보다는 가깝고 하니 한국이 뮤지컬 신흥 강국으로 조명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는 특히 중국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일본은 대부분 아이돌 팬덤에 기반한 공연이나 유럽 라이선스 공연을 선호하지만 중국은 창작뮤지컬 자체 제작을 염두에 두고 국내 중소형 창작뮤지컬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윤정 팀장은 "<투란도트>의 경우 중국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보니 중국 4개 도시에서 공연했고, 중국 프로듀서가 라이선스를 사가기도 했다"고 귀뜸했다.
해외진출을 본격화 하는 단계에서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많다. 아직까지는 대본 판권을 넘기는 라이선스 공연보다는 한시적으로 공연하는 투어 프로덕션이 해외진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또 일본 시장의 경우, 케이팝(K-Pop) 한류에 힘입어 해외 팬들에게 익숙한 아이돌을 캐스팅해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반짝 인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의미의 창작뮤지컬한류를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작품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또 중국 뮤지컬 시장의 경우 아직까지 유료관객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매출 면에서는 아직까지 한국이 더 강한 실정이다. <투란도트>의 경우에도 관객점유율은 98% 수준을 기록했지만 유료점유율은 60%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상하이만 하더라도 2000석이 넘는 극장이 한 도시에만도 여럿일 정도로 중국 시장의 규모는 크다. 장기적 관점에서 교류를 모색해야 하는 이유다.
원종원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과거 뮤지컬 해외진출의 경우 해외 공연 후 '런던이 반겼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곤 했는데 이런 건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한국 뮤지컬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방식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특히 해외관객의 정서를 파악하는 것 외에 작품이 질긴 생명력을 갖도록 외국 스태프와 적절히 어우러져서 만드는 방식의 합작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원 교수는 "중국의 경우 당국에서 해외작품 수입을 금지하면 관계가 끝나는 것인데, 우리가 현지와 유기적으로 결합해 콘텐츠를 만든다면 중국도 함부로 규제할 수 없다"면서 "국내에서 브로드웨이 뮤지컬 대본을 사서 한국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작품을 한국화하듯, 우리가 역으로 수출할 때에도 비슷한 식의 산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