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보유 중인 현대글로비스 주식 1627만1460주(43.39%) 중 502만2170주(13.39%)를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
앞서 지난달 12일 정 회장 부자는 현대글로비스 매각을 결정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아 블록딜 처분은 무산된 바 있다.
언제 매물이 쏟아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에 내리막길을 걷던 글로비스는 블록딜 성사 소식이 전해지자 전일 대비 5.91% 반등했다.
반등의 원인은 남은 지분을 매각하지 않겠다는 '2년 보호예수' 조건에 있다. 최근 주가 하락을 통해 오버행 이슈는 대부분 반영됐고, 추가 매각 우려도 해소됐기 때문이다.
류제현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이번 블록딜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대주주 잔여 지분에 2년간 락업(lock-up)이 걸리면서 지배구조 변화 관련 이슈에서 벗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비스와 대척점에 있는 현대모비스의 경우 이날 4.34% 하락했다.
지난달 지배구조 개편 수혜 기대감에 급등했던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시 시장에는 오너 일가가 글로비스 지분 처분을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 모비스 지분을 사들일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번 매각이 지배구조 개편의 목적이 아니라 단순히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작업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아지자, 주가는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오너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인 상장사의 경우 내부 거래 규모가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관련 매출의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한다.
이번 블록딜은 오는 14일 개정안 시행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진행됐고, 정 회장 부자의 지분율(29.9%)도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켰다. 이에 따라 모비스가 지배구조 개편의 수혜를 볼 것이란 기대감은 사라졌다는 해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이슈를 계기로 불확실성이 사라진 현대글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투자의견을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한다"며 "단기 주가 불안 요소가 해소된 가운데 기업 가치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면서 현대모비스에 대한 투자 심리는 당분간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예측 불가능한 지배구조 개편 이슈보다는 기업 펀더멘털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나오고 있다.
채희근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모비스의 상대적 펀더멘털 우수성에 초점을 맞춰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대주주의 행동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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