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센터 산하 극장의 운영방식을 현장 예술인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예술기관의 공공성은 현장 예술가들의 목소리를 반영함으로써 확보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9일 서울 동숭동 좋은공연안내센터 다목적홀에서는 ‘대학로X포럼’ 2차 토론회가 열렸다. 자유참가 형식으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에는 연극인들 외에 공연예술센터 직원도 일부 참여해 공공극장 운영에 관한 심도 깊은 토론을 벌였다.
(사진=김나볏 기자)
당초 1차 토론회는 서울연극제의 공연예술센터 대관 탈락 사태에 대한 반발과 대책 마련 차원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2회차를 맞으며 토론회의 논점이 확장됐다. 이날 참석한 연극인들은 현장 연극인과 공연예술센터 사이 불통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주장을 쏟아냈다.
◇3월 극장 확대운영 불구, 세부운영안 공개 안 돼
공연예술센터는 본래 문화체육관광부의 직속기관이었지만, 지난해 6월 공공기관 운영의 효율성과 국정기조인 ‘문화융성’의 실행력 강화를 이유로 국립예술자료원과 함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산하기관으로 통합됐다.
통합 이후 공연예술센터는 기존에 운영하던 극장 외에 아트원씨어터 3개관, 동숭아트센터 3개관을 포함해 총 11개 공연장을 추가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월부터 운영이 시작되는데도 불구하고 세부 운영계획은 아직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최윤우 웹진 연극인(in) 편집장은 “대학로에서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던 중극장 규모의 공연장을 통합하게 된 것인데 그것을 공모로 진행하는지, 센터에서 직접 섭외하는 것인지, 어떤 프로그램으로 운영하게 될 것인지, 방향과 목적에 대한 설명의 과정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공공극장이자 공공지원기관으로서 절차와 과정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심재찬 연출가는 “공정성보다 중요한 것은 공공성”이라고 강조한 후 “공공예술기관 자체가 서비스 조직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제라도 공공예술기관과 현장 연극인들이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연극인들 "극장 공공성 위해 예술현장 반영해야"
이 자리에서는 통합 이후 공연예술센터에서 제시한 ‘명품극장’, ‘예술적 수월성’ 등의 목표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노이정 연극평론가는 “연극을 명품극장, 예술적 수월성 등의 기준으로 평가한다면 심사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얘기가 된다. 이것은 마치 올림픽처럼 평가하는 것”이라며 “특히 결정권이 심의위원이 아니라 센터장이나 위원장으로 회귀했다는 점에서 더욱 위기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조만수 연극평론가의 경우 공연예술센터 내 예술감독의 부재 문제를 지적했다. 조 평론가는 “(일련의 사태는) 예술이 정치권력과 행정권력 밑에 위치하게 되면서 생기는 문제”라며 “센터에 예술감독이 없다는 것에 대해 연극계에서 너무 쉽게 수긍하고 있는데 행정적인 책임 외에 예술적 책임을 지는, 예술을 전제로 하는 사람들이 좀 더 필요하다”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 한 공연예술센터 직원은 산하 극장이 11개로 증가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기도 했다. 이재승 공연예술센터 문화사업부장은 “지난해 100억 규모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활성화지원 사업이 있었는데, 그 중 일부인 26억원을 극장 보증금과 임차료로 사용한 것"이라며 "개별 단체를 지원하는 것보다는 극장을 정해 대관해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 부장은 향후 극장 운영 방침에 대해서 “극장을 특성화해서 운영하자는 정도만 나왔고 6월 경까지는 시범 운영하고 그 이후에 본격 운영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연예술센터 직원의 순환보직 설과 관련해서는 “센터 이사 분들이 (직원들이) 독립적으로 전문성을 계속 확보해야 한다고 하셨고, 문서화되지는 않았지만 1년 정도는 순환보직이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전했다.
이날 발의자로 나선 연극인들은 공연예술센터와의 소통 재개를 목표로 추후 '대학로X포럼'에서 극장 공공성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해외 출장으로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유인화 공연예술센터장에게 이날 토론된 내용을 바탕으로 공개질의서를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