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정부의 일방적·수도권 집중형 전력정책에 지역 민심이 뿔났다. 전기는 주로 수도권에서 쓰지만 발전소는 대부분 지역에 있어 지방만 손해라는 주장이다.
3일 충남도청에 따르면, 충남도는 이른바 '차등적 전기요금제' 도입을 위해 내달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기로 했다. 차등적 전기요금은 지방이 발전소에 따른 사회적 갈등과 위험 비용 등을 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발전소 지역에 전기요금 부담을 낮추는 방안이다.
충남도청 관계자는 "2013년 기준 도내 발전설비는 1만7069㎿로 전국 19.6%"라며 "발전소와 송전선·탑은 산림 훼손과 재산권 제한, 땅값 하락, 온실가스 배출, 건강 위협 등을 유발하지만 여태 이런 사회적 비용을 보상하는 방안이 논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충남도는 공청회에서 전기요금 체계 왜곡과 개선, 화력발전에 따른 사회적 비용, 장거리 송전비용 등을 논의한 후 6월까지 정부에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건의하기로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전력정책과 관련해 정부와 지역민이 가장 갈등을 겪는 곳은 원전지역이다. 노후원전이 들어선 부산(고리 원전)과 경북 경주(월성 원전)를 비롯 원전 건설예정지인 경북 영덕과 강원도 삼척 등은 지역민이 서울로 상경해 농성을 벌일 정도로 사회적 갈등이 첨예하다.
이들은 원전에서 나온 전기는 수도권과 인근 공업지역에서 쓰지만 정작 정부는 원전을 지방에 세웠고, 이 과정에서 지역민의 의사를 전혀 묻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삼척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원전 유치반대를 공약해 당선됐으며, 정부의 만류에도 원전 유치반대 주민투표까지 치를 정도로 원전 건설에 대한 반대가 극명하다.
정부와 원전지역 주민들의 갈등은 생존권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해 말 전국 4곳의 원전지역 주민 1336명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갑상선암 피해를 보상하라는 대규모 소송을 냈다. 이들은 주로 원전에서 반경 10㎞에 사는데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아 정기적으로 방사능에 노출되면서 암에 걸렸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전력정책을 둘러싸고 정부와 지역민의 갈등이 계속되자 정부가 일방적이고 수도권 집중형 전력정책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고재경 경기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발전소 건설에 따른 위험·비용은 지방이 부담하지만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수도권은 비용부담 없이 전력사용 혜택을 누린다"며 "전력정책 결정 과정에 시민의 참여를 늘리는 한편 차등요금제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력계통도(2013년 1월 기준)(자료제공=경기개발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