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맛지도 (대학생의 마음을 동하게 한 맛집 지도)
“류현진이 좋은 투수인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기본기가 잘 갖추어졌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기본이라며 무시하지만, 사실 기본기가 철저해야 위대한 투수가 될 수 있다.”
최근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류현진을 보며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다. 비단 야구뿐 아니라 많은 다른 분야에서도, 기본기를 잘 갖추는 것은 중요하며 이는 한 단계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하지만 ‘기본’이라는 이유로 이를 잘 지키지 않고 무시하기 때문에 성장과 발전을 이루기란 쉽지 않다.
그런 가운데, 누구나 당연히 지켜야 할 원칙과 소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나가는 곳이 있다. 방송에 나올 만큼 큰 인기를 끌며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이지만 특별한 비법이 없다며 손사래 치는 곳, 바로 건대입구 쪽에 있는 ‘우마이도’라는 일본식 라멘집이다.
초심을 잊지 않고, 당연히 지켜야 할 것들을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지킨 것이 비법이라고 말하는 곳. 정말로 숨겨진 비법이 없는지, 특이한 원칙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휴식시간에 무작정 찾아가 파헤쳐 보기로 했다.
◇사진=바람아시아
안녕하세요?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작년에 해피투게더에 연예인 ‘고경표’씨가 출연해서 맛집으로 이곳을 소개했더라고요. 연예인의 추천을 받을 만큼 인기 있는 곳인데, 이 일을 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여느 대학생들이 그런 것처럼, 저도 적성에 맞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개인적으로 아시는 분을 통해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이 일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한번 해보면 어떻겠냐는 제의를 받게 되었어요.
뭐라고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고심하면서 꿈이 보이는 것 같았고 나름대로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하기보다, 삶의 목표가 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 이 일을 선택한 것이 참 좋은 기회가 되었던 것 같네요.
손님들이 가게에 찾아오고 나갈 때, 주방과 홀에 있는 모든 직원이 크고 우렁차게 인사를 하는 게 참 인상적이에요. 정말 반가이 맞이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고 일을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느낌도 드는데, 바쁜 와중에도 이렇게 독특하게 인사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인사를 손님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의로 생각하다 보니 인사는 특별히 강조하는 부분이에요. 그래서 항상 씩씩하고 활기차게 하는 것이고요. 또한, 저희 가게 특성상 일본을 많이 가는데 일본의 많은 가게가 이렇게 손님께 인사를 하더라고요. 인사를 받을 때마다 기분은 항상 좋고요. 제가 이렇게 기분이 좋으면 다른 손님도 인사를 받을 때 기분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저희도 그렇게 하게 되었어요.
“무사는 자신을 알아주는 자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우리나라 남성이라면 한 번쯤 읽어 봤을 삼국지에 나오는 말이다. 오는 손님 한분 한분께, 가는 손님 한분 한분께 형식이 아닌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으로 예의를 갖추는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기분 좋아질 수밖에 없다.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이곳에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옮기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기 위해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들었는데, 당연하지만 때로 실천하기 어려운 기준을 지키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당연한 거니까요. 고객과의 신뢰는 그 어떤 것보다 가장 중요한 것이니까요. 저 자신의 양심을 위해서라도, 좋고 신선한 재료를 쓰는 것이 마음이 편해요. 제가 이 일을 하고 있지만, 반대로 제가 어떤 가게에 가서 음식을 먹을 때는 제가 소비자가 되는 것인데,
만약에 제가 어떤 요리를 먹었는데 그 음식이 좋지 않거나 비위생적인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하면 굉장히 기분이 상할 것 같거든요. 그런 것처럼,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판매자인 저도 그런 고객들의 마음에서 생각해야 한다고 봐요. 고객일 때의 마음과 판매자일 때의 마음을 항상 동일시해서 생각하죠. 그래서 당일 날 아침에 받은 재료들을 직접 준비하며 만들어서 쓰고, 국물도 항상 좋은 맛을 유지하기 위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날 직접 우려내고 있습니다.
‘고경표’씨를 반하게 만든 맛의 비법은 바로 신뢰이군요?
(자신 있는 목소리로) 네, 바로 그렇습니다. 어떤 특별한 비법보다 그게 맛을 내는 가장 큰 요소라 할 수 있죠. 양심을 지키고 위생적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 그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맛집임에도 불구하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가 휴식시간인데, 휴식시간을 길게 하면 그만큼 영업시간이 짧아질 텐데도 왜 이렇게 휴식시간을 길게 잡는 건가요?
물론 휴식을 취해서 일을 더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것도 있어요. 특히 열심히 일하는 직원들을 위해서는 더 그렇고요. 직원들이 점심을 맛있게 먹고 최대한의 휴식시간과 자유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쉬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저녁에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가게도 재정비하고 재료도 다시 손질하고 그러거든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희는 라멘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서 하루 이틀 전부터 공을 들이거든요. 재료손질부터 면발, 국물까지 모두다.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런 거 하나하나에 정성을 들이다 보면 어떨 때는 시간이 오히려 부족할 때도 있어요.
어쨌든 이 휴식시간을 통해 직원들도 저녁때 더 기운 내서 일할 수 있고, 그 준비과정 속에서 손님도 맛있는 요리를 드실 수 있는 거죠. 직원들한테 항상 쉴 때 잘 쉬고, 일할 때 열심히 잘 일하자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런 말을 자신 있게 하고 또 직원들이 이를 잘 실천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휴식시간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휴식시간이 활성화되지 않은 만큼, 굉장히 신기하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신데 이 방침을 계속 지켜나가실 생각이신가요?
(단호하게) 당연하죠.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오랜 경험을 통해 최선에 가장 근접해 있으며, 좋고 신선한 재료를 쓰고 직원들의 편의와 복지를 배려하는 것은 당연히 실천해야 한다 생각해요. 저희 모두 다 지금보다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고, 더 많은 손님이 찾아와서 저희가 만드는 라멘을 드시길 바라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앞에서 말한 것들은 꼭 지켜야 할 것들이죠.
◇사진=바람아시아
어떤 유혹과 어려움에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한번 정한 원칙은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쭉 지켜나갈 거라는 굳은 의지를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아내는 모습을 보며 한 사람의 소비자로서 큰 신뢰를 느낄 수 있었다. 소비자를 대하는 마음가짐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직원들을 아랫사람이 아닌, 동반자로 인식하는 태도에서도 강직함을 느낄 수 있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처럼, 내부가 안정되어야 외부에서 뜻을 잘 펼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직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철칙은 갑을관계로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이 사회가 한번 새겨들을 만하지 않을까?
사실 손님이 많으면 바빠서 정신없으실 것 같은데도 당황하지 않고 잘 이끌어 가는 것 같은데 특별한 비결이 있나요?
비결을 캐내는 걸 굉장히 좋아하시나 봐요? (웃음) 농담이고요. 굳이 비결이라면 저희는 가게를 막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사전에 각자 맡을 역할들을 정해서 움직여요. 그것에 맞춰서 움직이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잘 움직이죠. 말씀드렸듯이, 휴식시간 때 무조건 노는 게 아니라 저희끼리 그런 얘기도 많이 하고, 앞서 말한 대로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하고 그렇게 해서 바쁜 와중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도 잘 통제할 수 있죠.
이런 과정을 거쳐 만드는 음식을 맛있게 드시는 손님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참 고맙고 뿌듯하죠. 계속 말씀드린 대로 저희가 라멘을 만드는 데에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하는 것은 없어요. 정성을 기울이고 자부심을 느끼고 열심히 하죠. 특히 저희 나름의 원칙은 일본 라멘 본연의 맛을 한국식에 맞게 변형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한국식으로 타협하는 것은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하지 않을 거예요.
다만 그 맛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지금도 늘 점검 중이고 노력 중이에요. 거기에 대한 판단은 고객의 몫이지만, 저희의 목적은 본고장의 맛을 손님께 대접해드리는 것이고 손님이 그런 저희의 뜻을 잘 알아준다면 정말로 기운이 샘솟습니다.
많은 손님이 찾아오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당연히 있죠. 저희가 음식을 대접할 때 추가재료 같은 걸 드리지 말자는 원칙이 있어요. 그 재료가 아까워서가 절대 아니에요. 충분히 드릴 수 있고 드리고 싶기도 한데 그렇게 하면 저희가 추구하는 라멘 한 그릇에 대한 맛이 변형되거든요. 그건 저희의 자부심과 연계된 문제이기도 하고, 손님들도 라멘의 진정한 맛을 잘 못 느끼게 되죠.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드리긴 드리되, 숙주나물이나 파 같은 채소를 더 드시고 싶으시다면 미리 말씀해달라고 해요. 거기에 맞게 국물의 양이나 다른 것들도 조절해서 라멘 본연의 맛을 나오도록 해야 하니까요. 처음에는 이해 못 하시는 손님들도 계셨고, 재료가 아까워서 그런 거 아니냐고 화를 내시는 손님도 많았어요. 그런 게 절대로 아닌데, 참 안타까웠죠. 한편으로는 정성 들여 만든 이 요리를 다시는 저 손님이 드시러 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다음에 찾아오셨더라고요.
정말요?
네, 그러고서는 그때 화내서 정말 죄송했다고, 그때 정말로 맛있게 먹었고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너무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라고 하시더라고요. 재료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라멘을 맛있게 대접하기 위해서 그런 거라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고 오히려 고마웠다고. 그런 말씀을 해주시고 자주 찾아오는 손님을 보면서 참 보람찼고 기분이 좋았죠. 요리사에게 최고의 찬사는 ‘맛있다’라는 말이니까요.
‘맛집’이라는 것은 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열정을 갖고 노력해야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노력과 열정을 다수의 사람이 인정해줘야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TV나 언론 등의 대중매체에 맛집으로 소개되는 이유도 결국은 그 실력을 사람들로부터 인정받아 입소문이 나는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오시는 손님 한분 한분께, 직접 인정을 받아 더 행복하다는 말을 통해서 이곳이 진정 맛집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다시금 알게 되었다.
인정을 해준 분도, 인정을 받은 분도 다 멋지네요. 그렇게 인정을 받은 이유가 손님이 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가게구조도 한 몫하고 있는 것 같은데, 특별히 이런 구조를 취한 이유가 있나요?
꾸밈없고, 숨김없이 저희가 당당하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고요. 손님분들 입장에서는 남이 만드는 건데, 거기에 대한 의구심을 드리지 않고 떳떳하게 보여드려서 안심하고 드시게 하고 싶었거든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건데, 이렇게 개방적인 곳에서 요리하면, 맛의 비법에 대한 유출에 대한 고민은 안 해봤나요?
저희가 하는 걸 똑같이 따라 한다고 해서 누구나 같은 맛이 나올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그리고 저희의 최고의 비결은 노력이거든요. 그 노력을 따라가지 못하면 누구도 본연의 맛을 낼 수가 없어요. 저희는 노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 걱정은 전혀 안 하고 저희만의 노력을 그 맛과 비법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생각이에요.
마지막으로 최종 꿈이나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좀 더 많은 분이 저희가 만드는 요리를 드시고 이것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저희의 노력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자신감이 있고 그것을 많은 분이 드시면 굉장히 뿌듯할 것 같아서요. 저와 제 직원들이 애써 만든 이 요리를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더 맛있게 드셔서 행복해 하실 수 있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사진=바람아시아
힘찬 인사를 받으며, 따뜻한 국물이 담긴 라멘을 먹고 기운을 얻는 대학생들을 보며 흐뭇함을 느낀다는 말을 통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대학가에 있는 맛집으로서, 많은 대학생이 찾아와서 먹는 집. 고민 많고 꿈 많은 청춘이 이곳에서 얻어가는 것은 진심 어린 인사와 정성이 들어간 음식과 더불어 뚜렷한 주관과 소신이 담고 있는 한 인생 선배의 발자취가 아닐까.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