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 최근 중국 정책 당국자들이 일본 장기침체에 대한 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20년간 경기침체와 디플레이션에 시달렸던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일본의 경제 정책을 연구하고 이를 통해 교훈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인사는 로이터통신에 "양국은 경제 분야에 있어 많은 공통점이 있다"며 "중국은 일본의 과거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일본의 성공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가장 큰 관심사는 일본의 실패"라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경제 성장 둔화와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일본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고 이에 따라 일본 정책의 세부 사항까지 들여다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中, "플라자합의가 日잃어버린 20년 초래했다"
◇시진핑 중국 주석(왼쪽) 리커창 총리(오른쪽) (사진=로이터통신)
중국은 현재 일본이 과거 수십 년동안 실시한 주요 3개 분야의 금융개혁 이른바, 금리자유화, 통화 국제화, 자본시장 개방을 추진하고 있다.
이 세가지 개혁은 경제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지만 대응을 잘못할 경우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헤아릴수 없다. 부정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이라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본이 지난 1985년 서방국가와 맺은 플라자합의가 자산버블과 장기침체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의 원인이 된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플라자합의는 1985년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영국 재무장관이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외환시장 개입에 의한 달러화 강세 시정에 합의한 것을 말한다.
일본은 플라자합의 이후 엔화 환율이 급격히 하락(엔화가치 상승)하면서 수출기업이 큰 타격을받았다. 이에 따라 자동차를 중심으로 생산시설이 해외로 옮기는 움직임이 가속화됐고 일본 경제성장의 침체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행(BOJ)은 정책 완화를 단행했지만 이 유동성이 자본시장 개방으로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가는 자산 버블을 만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BOJ의 키우치 위원은 "일본에서 버블이 형성된 이유 중 하나로 미국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금융정책을 자율적으로 펼칠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제배려에 비중을 두는 것보다 국내 경제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해야한다는 점이 일본으로부터 배운 교훈이었다고 위원은 강조했다.
◇中, 부동산 침체·은행부실 문제 처리도 '고민'
중국이 일본으로부터 배우려고하는 또 하나의 과제는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은 과잉투자와 긴축 등으로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은행의 부실채권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정부 업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말 중국 상업은행의 부실채권 총액은 8426억위안으로 12분기 연속 증가했다. 이 역시 1년 전에 비해 42.3% 늘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비율도 2011년 3분기 0.9%에서 2014년 4분기 1.25%로 증가했다.
(자료=중국 정부업무보고서, 중국은행감독위원회,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중국 정책 당국은 은행 파산에 대한 대응에 있어서도 일본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중국이 금리 자유화이후 금융산업의 재편을 계획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통신은 해석했다.
현재로선 양국 관계가 영유권 분쟁 등으로 경직되어 있는 상태이나 민간 차원에서는 이 같은 인식 교류가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의견 교환 자체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대대적인 공식 행사는 실시하기 어려운 분위기여서 대부분 비공식회의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