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기자] 한국은행이 미약한 국내 경기회복세를 타개하기 위해 시장의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가계부채 등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 보다는 저물가와 저성장의 부담감 해소에 초점이 맞춰진 것이다.
대외적으로도 주요국의 연이은 양적완화와 금리인하 등 통화완화 정책이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환율전쟁'에 한국도 동참해 보다 적극적으로 통화정책을 이끌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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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하하며 사상 첫 1%대 금리시대를 열었다.
한은은 저성장과 저물가의 장기화 우려, 수출경쟁력 측면에서 유로화 약세와 엔저 등에 대한 부담감, 예상에 못 미치는 실물경기 지표 등을 금리인하 배경으로 꼽았다. 금통위는 당초에 전망한 성장경로와 물가수준이 부진해 저성장 위험에 노출된 국내 경기를 진작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실제로 최근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고, 경제 주체들의 심리도 뚜렷이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0.5% 상승하면서 3개월 연속 0%대 흐름을 이어갔다. 물가가 석 달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무엇보다 이번 금리인하 결정의 속내에는 내수부양 뿐 아니라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는 환율전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이주열 총재는 거듭 ‘환율전쟁’ 이라는 표현을 거부하고 있지만 각국의 경쟁적 통화완화를 피해갈 수 없다.
최근 일본과 ECB는 물론 중국, 호주, 태국 등 주요국들의 잇따른 통화완화에 대한 부담감이 뒤늦게라도 환율전쟁에 합류하게 만든 것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한 21번째 국가가 됐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국가간 갈등을 야기하는 '통화전쟁'이라는 표현해 민감해 했지만 수입물가, 수출경기 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도 국제적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고 해석했다.
각국의 경쟁적 통화완화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엔-원, 유로-원, 위안-원 환율의 향방은 중요하다. 진행중인 ECB양적완화, 중국과 호주의 부양책, 혹시 모를 일본의 추가 양적완화 등을 고려하면 통화전쟁은 단기간에 끝날 현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재용 하나대투 연구원은 "글로벌 저성장 이후 강화되고 있는 일본 및 중국과의 치열한 수출경쟁력을 감안하면 원화환율 방어 역시 금리인하의 중요한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장 전문가들은 한은이 이번에 금리를 인하했지만 추가 인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추가 금리인하 여부는 4월 수정 경제전망치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이며,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와 속도의 흐름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이주열 총재도 이날 간담회에서 “0.25%포인트 인하한 금리 인하 폭이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에 적절하다”며 추가 인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다만 한은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금융중개지원대출의 한도는 5조원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금리 외 다른 수단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신홍섭 삼성증권 연구원은 “경기가 재차 악화되는 경우 금리인하가 가능하겠지만 유로지역의 완만한 개선 움직임이 보여지고 있고, 가계부채 또한 부담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보여 금리동결 기조가 지속된 채 금리조정 외 다른 정책수단을 찾는 노력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