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이혜진기자]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2.0%에서 1.75%로 전격 인하하며, '1%금리시대'가 화두로 떠올랐다.
국내 경제를 둘러싼 환경은 1%대 저금리, 40달러대 저유가, 저환율(원화약세) 등 3저(低) 국면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신3저'라고 불러도 될 만큼 매크로(거시경제적) 환경이 자산시장에 우호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의 단기 부동자금은 1월 말 기준으로 800조원을 넘기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시중 유동성이 갈 길을 찾아 헤매고 있는 것.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은이 꺼내든 1%대 금리 카드는 높은 수익률을 쫓는 부동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할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결과를 발표 후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날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25%낮춰 1.75%로 사상최초 1%대 금리시대가 됐다.ⓒNews1
◇"자본시장 정상화 신호탄"..규제완화 정책도 우호적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한국은행의 금리인하와 원화약세를 국내 자본시장이 정상화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장화탁
동부증권(016610) 연구원은 17일 "최근 3년간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주가 상승 랠리에서 철저히 소외됐던 것은 환율과 금리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명목금리는 낮췄지만 실질금리가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높았고, 원화는 3년동안 거의 모든 통화대비 강세였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다행히 한국정부가 실질금리를 낮추고 원화약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인데다 2분기에는 추가 금리인하와 더불어 추경편성도 예상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신영증권(001720) 연구원은 "금리인하로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유인이 증가하고, 증시에 대한 할인율이 축소되는 등 중장기적으로 한국 증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돼 2분기를 저점으로 국내 증시는 반등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금리인하뿐 아니라 정책당국의 다양한 규제완화 움직임도 자본시장에 힘을 실어준다.
금융위는 상반기 중에 주식거래 가격제한폭을 현행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주식시장 발전방안'을 제시한다. 또 '모험자본 활성화 방안'을 통해 ▲중기 인수합병(M&A) 특화 증권사 출범 ▲코넥스시장 규제 재검토 ▲K-OTC 2부시장 개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도 제시할 예정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16일 취임하면서 "자본시장의 낡고 불합리한 규제들을 걷어내고 사모펀드와 모험자본을 활성화하는데 정책 역량을 쏟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경제의 필요한 부문에 막힘없이 자금이 흘러가도록 자본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이 본격적으로 호황국면에 진입하려면 경기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금융시장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저금리 환경으로 인해 주식시장이 호황을 누리려면 경기에 대한 확신이 필요하다"며 "국내의 경우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고 대외적으로는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기가 뚜렷이 살아나는 조짐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실적개선 기대감 높아
양호한 증시환경이 조성되고 당국도 규제완화 정책으로 공조하면서 오랜 침체를 겪은 금융투자업계도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거래대금이 늘면, 증권사의 주요 수익원 중 하나인 수수료 수익이 증대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 6일 증권업종지수는 2051.11포인트를 기록해 연고점과 52주 신고가를 동시에 경신했다. 지수는 연초 이후 15.3% 올라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4.5%)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2월 증권주가 줄줄이 52주 신저가로 추락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자본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통한 증권업의 본질적 성장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