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이제는 골을 넣어야 할 시기다. 올해는 선거도 없어 정책에만 올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특히 하반기에는 총선 국면으로 넘어가기 때문에 상반기가 골든타임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4일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조찬강연中)
최경환 부총리가 경기부양을 위해 팔을 걷어부쳤다. 재정의 선제적 투입, 임금인상, 민자사업 활성화, 구조개혁 등 내수 활성화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정책 역량을 골든타임인 상반기에 쏟아붓고 있다.
때마침 내수 회복을 위한 한국은행의 사상 최초 1%대 금리인하를 등에 업었고, 신임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금융개혁을 위한 의지도 힘을 보탰다. 그야말로 경기부양을 위한 총력전이다.
하지만 급격한 경기부양책이 얼마나 정책 효과를 낼 지는 미지수다. 임금인상 등 내수 활성화를 위해 꺼내든 카드들이 재계 등의 거센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고, 정책 여건은 따라주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News1
◇재정·임금·구조개혁 총동원..경기부양 카드 다 꺼냈다
18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가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제일 먼저 꺼내든 카드는 '재정 투입'이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46조원에 달하는 재정을 풀면서 줄곧 경기 회복에 총력을 쏟아왔다.
특히 올해는 46조원 규모의 거시경제 패키지 중 올해 배정된 10조원을 상반기에 집중 사용키로 했다. 경기 회복을 위해 선제적으로 돈을 풀겠다는 의미다.
경기부양의 두 번째 카드는 '임금 인상'이다. 최 부총리는 연일 최저임금을 비롯한 근로자의 임금 인상을 강조하면서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근로자의 임금 인상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게 최 부총리의 생각이다.
세 번째 카드는 '유효수요 창출'이다. 최 부총리는 이를 위해 한국형 뉴딜 정책이라 칭하며 민자사업 활성화 대책 카드를 꺼냈다. 시중의 여유 자금을 끌어들여 내수를 회복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조만간 '민자사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네 번째 카드는 '구조개혁'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2015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노동·금융·공공·교육 부문의 구조개혁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 부총리 역시 가는 자리마다 노동·금융개혁을 향해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고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예고하고 있다.
◇곳곳에 '암초'..정책 효과 '미지수'
문제는 이러한 정부의 경기부양 카드가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다. 이미 시장에서는 급격한 경기부양책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고, 각종 경제 지표들은 오히려 내리막길을 걷는 등 정책 여건도 좋지 않다.
실제 최근 우리 경제는 올 들어 생산, 소비, 투자 등 주요 지표들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수출입도 10%대의 감소폭을 기록하고 있다. 민간소비를 가늠할 수 있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담뱃값 인상분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로, 디플레이션의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저임금을 비롯한 임금 인상에 대한 경제계의 반발도 거세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근 부총리·경제5단체장 간담회에서 "임금은 한번 올리면 잘 내려가지 않는 하방 경직성이 크기 때문에 (인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꼬집으면서 정면으로 반대했다.
민자사업 활성화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단기 부양책의 단골 메뉴인 건설·토목사업 카드를 꺼내 경기를 활성화 하는 건은 일시적인 방편에 그친다는 지적이 들끓고 있다.
구조개혁 역시 노동·금융개혁 등이 험난한 길을 예고하고 있다. 가장 난제로 꼽히는 노동개혁은 노사정 대타협이 쉽지 않은 상황이고, 금융개혁도 금융권의 수익성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경기부양에 필요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초 1%대로 끌어내렸지만 경기 지표의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늦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면서 "정책 효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