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서울특별시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사거리에서 삼성동 삼성교 구간에 이르는 도로. 강남을 동서로 가르며, 광화문과 여의도에 이은 3대 서울 대표 오피스밀집지.
테헤란로입니다.
테헤란로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고, 이들은 쫒아온 관련 기업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며 빼곡이 들어서 있습니다.
1등 기업이라고 불리는 삼성그룹이 테헤란로의 출발점인 강남역 사거리에 위치하고 있고, 동부그룹은 반대쪽 출발점인 삼성역에 있습니다. 포스코에서 이름을 따온 포스코사거리도 있죠. 테헤란로 입성은 기업에게 성공의 상징과도 같습니다.
그런데 이 테헤란로와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혹시 풍림산업, LIG건설, 월드건설, 우림건설의 공통점을 아시는지요? 아파트를 주로 지어온 주택 건설업체입니다. 한때 주택분양시장에서 방귀 좀 뀌던 회사들이죠. 그리고 워크아웃 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거나 새로온 주인을 만나 최근에야 겨우 워크아웃을 졸업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모두 테헤란로나 인근에 본사를 뒀던 기업들이란 점입니다.
테헤란로의 연장선상인 서초역 사거리에는 필유로 알려진 우림건설 사옥이 있었습니다. 2013년경까지는. 하지만 무리한 해외사업에 발목이 잡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갔죠. 2011년 시무식에서 워크아웃 졸업 원년을 선포했지만 이듬해 법정관리에 들어갑니다.
2013년 경매로 사옥을 정리하고 현재는 경기도 판교 신사옥에서 재기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LIG건설의 본사는 강남역에서 역삼역 방향 테헤란로 후면에 있었습니다. liga라는 아파트 브랜드가 유명하죠. 더 유명했던건 2012년 기업총수 3부자가 LIG건설 법정관리 직전 2000억원대의 사기성 기업어음을 발행했던 사실이죠.
최근 LIG건설은 현승컨소시엄이 인수해 성내동에서 와신상담하고 있습니다.
LIG건설이 있던 자리에서 조금 더 역삼역 방향으로 올라가면 풍림산업이 나옵니다. 아이원으로 200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 풍림. 하지만 다른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금융위기를 뚫지 못하고 주저앉았습니다. 다행히 법정관리 1년 만인 2013년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재도약의 발판 마련에 분주한 모습입니다.
삼성역 방향으로 더 올라가면 동부금융센터가 나오는데요. 최근 법정관리를 신청한 동부건설이 있던 건물이죠. 대치동 센트레빌 등 랜드마크급 아파트를 다수 지으며 승승장구했던 적도 있지만 미분양 적체와 저가수주에 따른 영업손실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 1월 법원의 관리를 받기로 했습니다.
테헤란로의 출발점이 강남역 사거리의
삼성물산(000830)은 무탈해 보입니만 요즘 대규모 구조조정 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재정비현장에서는 강남을 제외한 대부분 현장에서 손을 떼고 있어 주택사업 분야를 축소하는 것이 아니냐는 풍문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월드건설은 메르디앙의 성공으로 2007년 강남 입성에 성공했지만, 2009년 워크아웃을 거쳐 2011년에는 법정관리에 들어갔죠.
포스코건설은 2010년 이곳을 떠나 인천 송도로 옮겨갔지만 최근 100억원대 비자금 조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습니다.
예전에 한 건설사 홍보담당자로부터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사옥을 강남으로 옮길려고 알아본 적이 있었는데 풍수지리 전문가가 강남에는 건설사가 들어가면 안된다는 말을 했어요. 강남하고 가까운 대표적인 산이 우면산(牛眠山)인데 이게 소가 잠을 자는 형상이라고 해서 붙여진거래요. 소가 자는데 짓고 부숴 시끄러운 건설사가 들어가면 안된다는거죠. 그래서 사옥 이전을 계획을 접은 적이 있어요."
물론 모든 건설사가 테헤란로에서 실패만 맛본 것은 아닙니다. 동탄2신도시 최강자 반도건설은 테헤란로와 인접한 국기원 인근에 있습니다. 테헤란로는 아니지만 테헤란로를 가로지르는 강남대로에는 건설업계의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호반건설이 있습니다. 호반건설이 지난 양재역으로 가면 지역주택조합시장에서 부각을 나타내고 있는 서희건설이 사옥을 마련하기도 했죠.
테헤란로 잔혹사는 잠자는 소를 깨워 생긴 일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상황이 안좋은 건설사들이 어쩌다 보니 테헤란로에 몰려있던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