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의 포스코..계열사 '무한확장' 부채 '무한상승' 주가 '무한폭락'

감사의견 무시..빚더미의 성진지오텍 1600억에 인수
영업이익 '급감' 부채비율 '급증'..경영지표 '적신호'

입력 : 2015-03-23 오후 3:52:15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포스코건설 비자금 의혹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가 정준양 전 회장 재임 시절 이뤄진 인수·합병(M&A) 등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정 전 회장이 자신을 포스코 수장으로 낙점한 MB정권 실세 측에 특혜를 제공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검찰의 칼끝은 포스코를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겨누게 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포스코의 '잃어버린 5년'에 대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어발식 확장경영으로 부채비율 상승 등 재무구조는 급격히 악화됐고, 포스코의 이름에 걸맞은 대내외 경쟁력도 잃어버렸다. 이 사이 현대제철은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 외형을 확장하며 포스코의 심장을 조여왔다. 주가도 폭락, 시장에서 제 가치를 잃은 정준양의 포스코다.
 
◇정준양 회장 재임 동안 M&A 및 지분투자에만 무려 7조원
 
23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정준양 전 회장이 2009년 2월 포스코 회장에 취임해 2014년 3월 퇴직 전까지 단행한 지분투자와 M&A 건수는 모두 11건으로, 투자 규모는 무려 7조4102억원에 달한다. 사업 다각화를 이유로 무리한 M&A에 몰두하면서 2009년 2월 정 전 회장 취임 당시 35개에 불과하던 포스코 계열사는 2012년 3월 기준 70개로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정 전 회장 재임 2년차인 2010년에는 최근 특혜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인수하며 스스로 무덤을 팠다.
 
성진지오텍은 2008년 통화옵션 상품 '키코'에 투자하면서 한때 부채비율이 9만7500%까지 치솟았던 부도 직전의 부실기업이다. 포스코 인수 당시 성진지오텍은 2년째 적자를 기록했고, 부채비율이 1600%가 넘는 상황이었다. 성진지오텍의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한다'는 감사의견을 냈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이 기업의 지분 40%를 당시 시장 가격보다 40% 이상 비싼 1만2900원에 매입하는 무리수를 뒀다. 포스코는 2010년 3월 성진지오텍 지분 40.37%(미래에셋펀드 794만5110주, 전정도 회장 440만주 등 총 1234만5110주)를 1593억원에 사들였다.
 
인수 이후, 정상화를 위해 800억원을 추가로 투입했지만 회생의 기미가 보이지 않자 2013년 7월 우량 계열사였던 포스코플랜텍과 합병시켰다. 이 탓에 합병 첫 해인 2013년 말 포스코플랜텍은 63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적자폭이 1891억원으로 커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이 700%를 넘었다.
 
포스코는 포스코플랜텍의 회생을 위해 지금껏 5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지원했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다.
 
◇잇단 문어발식 확장경영..영업이익률↓ 부채비율↑
 
연이은 M&A로 포스코의 곳간은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인수합병을 위해 차입금이 증가하며 부채비율이 수직 상승했고, 우량하던 재무구조도 급격히 악화됐다.
 
정 전 회장 재임 기간 대·내외 경기침체가 이어졌지만 그동안 포스코의 경쟁력을 감안하면 지나친 부진이었다는 평가다. 취임 2년차인 2010년 5조4355억원이던 영업이익은 2013년 2조9961억원으로 반토막났다. 3년 새 영업이익이 44.9% 급감했다.
 
지난해 3월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고부가 제품 판매량을 늘리고, 재무구조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영업이익은 3조2135억원으로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2012년 4분기 이후 분기 영업이익 1조원에는 여전히 못 미치고 있다. 포스코답지 못한 포스코의 모습이다.
 
영업이익률도 급락했다. 2005년 27.2%를 기록한 이후 3년간 20%대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은 정 회장 취임 첫 해인 2009년 11.7%로 급락하더니 2010년 11.58%, 2011년 7.93%, 2012년 5.74%, 2013년 4.84%까지 추락을 거듭했다. 정 전 회장이 취임했던 2009년 말 11.7% 대비 자리에서 물러난 2013년 말에는 4.84%를 기록했다.
 
동시에 재무구조도 악화됐다. 2009년 말 기준 부채총계 18조1934억원에서 2013년 말 38조6334억원으로 정 전 회장의 재임 기간 빚이 두 배로 늘었다. 부채규모가 커지면서 2008년 65.7%였던 부채비율은 정 전 회장 취임 3년 만인 2011년 말 92.5%까지 치솟았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적 및 재무구조 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세계 철강업 부진 외에 무리한 외형 확장과 자회사의 부실 등을 꼽고 있다.
 
 
◇재무구조 악화 여파..신용등급과 주가는 바닥으로
 
재무구조 악화에도 계속된 M&A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됐고, 이는 신용등급 하락으로까지 이어졌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중 하나인 무디스는 2011년 초 A2였던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그해 10월 A3로 낮춘 데 이어, 2012년 10월 또 다시 Baa1로 강등했다. 다음해인 2013년 4월에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포스코로서는 굴욕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2011년 이후 A0에서 A-, 다시 BBB+로 두 차례에 걸쳐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기업평가가 20년 만에 처음으로 'AAA'에서 'AA' 등급으로 포스코 신용등급을 낮췄다.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종가기준 2010년 1월4일 61만2000원이던 주가는 2013년 12월30일 32만6500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현재는 25만원대까지 추락했다.
 
포스코는 지난 2010년 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 이어 시가총액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연이은 주가 하락으로 지난해 9월 4위에 이어 23일 종가 기준 9위로까지 순위가 밀렸다. 지금 같은 추세라면 곧 10위권 바깥으로 밀려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 전 회장 재임 당시 주주총회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성난 주주들을 달래는 데 진땀을 흘려야만 했다. 세계 최고의 철강 경쟁력을 갖춘 포스코가 수장을 잘못 만나면서 허우적대고 있다는 비판도 끊임없이 제기됐다.
 
정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이임사를 통해 "회장으로 재임한 지난 5년 간 어떻게 하면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지속 성장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철강과 비철강, 제조와 서비스에서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정 전 회장 재임 5년은 포스코의 잃어버린 5년으로 치부되고 있다. 물론 그에 따른 후폭풍은 정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새로운 수장에 오른 권오준 회장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코의 옛 영광을 찾아가는 권오준號에 커다란 암초가 등장했다.
 
한편 권오준 회장의 최측근으로 최근 인사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한 조청명 가치경영실장은 18일 전경련과 국무조정실 합동규제개혁회의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이 경제활성화를 최대 정책과제로 삼고 각종 규제 완화 등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전임 회장에 대한 수사로 포스코가 몸살을 앓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불만이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3월12일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이임식을 마치고 권오준 차기 회장과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포스코센터를 나서고 있다.(사진=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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