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근로자의 단체교섭권 등 행사를 제한한 옛 '국가보위에관한특별조치법' 해당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는 26일 국가보위법 위반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뒤 재심 중인 배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고법이 청구한 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단체교섭권 등을 제한한 국가보위법 9조 1항은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은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요건'을 한정적으로 열거하고 있고 특별조치법 2조가 규정한 국가긴급권의 발동요건은 헌법 76조와 77조에 한정적으로 규정된 국가긴급권의 실체적 발동 요건 중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은 '초헌법적인 국가긴급권'의 창설"이라고 밝혔다.
또 "특별조치법 3조는 국회의 승인 없이 대통령 자신의 판단으로 해제를 결정할 수 있게 함으로써 헌법이 예정한 '민주적 사후통제 절차'를 배제하고 있고 국가긴급권의 일시적, 잠정적 성격에도 불구하고 특별조치법에 따른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약 10년에 이를 정도로 장기간 유지돼 헌법이 인정하지 않는 초헌법적 국가긴급권을 대통령에게 부여한 것으로 위헌"이라며 "이를 전제로 한 특별조치법상의 모든 규정 또한 위헌"이라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해당조항 자체에 대해서도 "공무원인 근로자 또는 법률이 정하는 주요방위산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아닌 근로자는 헌법상 근로3권이 철저하게 보장되어야 한다"며 " 비록 국가안전보장ㆍ질서유지ㆍ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써 일부 제한될 수 있더라도 근로3권을 사실상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으로서 위헌"이라고 덧붙였다.
배씨는 주식회사 서통의 노조지부장으로 활동하면서 사전 주무관청의 조정신청 없이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행사한 혐의(국가보위법특별조치법 위반) 등으로 기소돼 1982년 7월 징역 1년 6월이 확정됐다.
이후 배씨는 2012년 10월 서울고등법원에 재심을 신청하고 재판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형사처벌 근거가 된 국가보위법특별조치법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며 재판부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청구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법재판소(사진제공=헌법재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