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희생자 가족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철회와 선체 인양 발표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추모제에도 불참할 태세다.
고 전찬호 군의 아버지이자 4·16 세월호가족대책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전명선씨는 “두 가지가 되지 않으면 추모제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그래서 어제(14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마지막 서한도 전달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16일 295명이 숨지고 9명이 실종된 끔찍했던 참사가 발생하고 1년이 지났다. 해결된 과제보단 남아있는 과제가 산더미다. 특별조사위원회는 시행령 논란 속에 활동 개시도 못 했고, 안전 관련 법령을 재정비해야 할 국회 국민안전혁신특별위원회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참사 책임자들에 대한 재판도 아직까지 1심이 진행 중이거나 항소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미흡한 부분은 진상규명이다. 세월호가 침몰한 원인은 불법 개조로 저하된 복원성과 과적, 부실한 화물 고박(고정), 급격한 변침으로 결론 났지만 ‘항해할 조건이 안 됐던 세월호가 어떻게 출항했는지’, ‘사고로 끝날 수 있던 문제가 왜 참사로 번졌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 논란으로 번진 정부와 해운협회, 한국선급 간 유착관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상황에 정부가 특조위의 조사권을 무력화하겠다고 하니, 게다가 인양 발표도 미적거리니 희생자 가족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전 위원장은 “우린 왜 아이들의 희생됐는지 아직도 모른다. 그렇게 때문에 철저하게 진상을 규명해 책임자를 엄벌하고, 대한민국을 안전한 사회로 거듭나게 하는 게 그나마 희생된 분들을 위로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년보단 앞으로 1년이 중요하다. 정부는 화물 한도 초과 시 발권을 자동 중단하고, 복원성을 떨어뜨리는 선박개조를 금지하고, 선박비상훈령장을 건설하는 등 나름대로 의미 있는 대책들을 내놨으나, 아직까지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다. 국회 차원에서는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별로 상충되는 법률들을 통폐합하고, 5000여개에 달하는 안전 관련 매뉴얼을 500여개로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규정들을 만든다는 것이다.
안전특위 야당 간사인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월호 참사 후 1년이 지났지만 국민안전처가 생긴 것 외엔 달라진 게 없다. 아직도 원칙과 기준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룡호 사건과 의정부 아파트 화재, 강화도 캠핑장 화재, 롯데월드타워에서 발생한 크고 작은 사고들이 ‘달라진 게 없다’는 말을 대변한다.
노 의원은 “정부는 안전을 부차적이고, 소모적이고, 낭비적인 걸로 본다. 그게 가장 큰 문제”라며 “세월호 이후의 대한민국이라고 한다면 원칙과 기본이 지켜지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무엇보다 이런 참사가 발생한 건 부도덕한 사람과 부도덕한 사회, 사람의 생명과 안전보다 돈을 중시하는 풍토 때문”이라며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국민의 생명과 인간 존엄성의 가치를 높여야 한다. 그 일을 정부가 안 한다면 국민이 해야 할 것이고, 우린 그게 될 때까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고 최정수 학생의 가족이 세월호 참사 현장에 가기에 앞서 영정사진과 꽃다발을 준비하고 있다.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