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지방자치단체들이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방향을 대폭 수정하면서 서민주거복지를 저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도시와 대규모 택지지구 공급이 중단돼 임대주택 단지 건설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매입형 임대주택이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주택 서민들의 부담이 더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재개발 사업 시 가구 수의 20%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지어 시에 매각하도록 하는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비용을 상향시킬 계획이다.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비용은 지난 2008년 12월 이후 동결된 공공건설 임대주택 표준건축비의 적용을 받아왔다.
하지만 임대주택 건설 원가보다도 낮은 금액에 매입하게 돼 재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크게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적돼왔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해 9월 정부에 표준건축비 인상을 건의해 현재 국토부가 용역을 시행·검토 중이다.
임대주택 매입비용이 상승하면 사업성이 개선되며 재개발 조합의 부담은 덜 수 있지만 세입자들의 임대료 부담은 늘어나게 된다. 특히나 재개발 임대주택의 입주 대상이 철거민과 도시근로자 월 평균소득의 50% 이하 저소득층인 것을 감안하면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시의회 김기대(새정치민주연합·성동3) 의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 임대주택 중 가장 많은 임대료 체납이 발생한 유형은 재개발 임대주택으로 체납건수 총 2만6144건, 체납액은 86억9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서울시가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 예산 부족을 이유로 지난해부터 국토부에 국민주택기금 융자 지원도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연 2.7%에 해당하는 이자 부담도 세입자의 임대료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에 임대료 인상 폭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인천시는 아예 재개발 임대주택 공급 의무를 없앨 방침이다. 현재 인천에서는 재개발 사업 시 전체 건설 가수 수의 17%를 임대주택으로 건설토록 하고 있지만, 이를 0%로 낮추는 내용의 조례 개정안을 발의, 다음달 29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인천의 경우 이미 임대주택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이번 조치로 임대주택 수급 불균형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인천시의 임대주택 비율은 5.05%로 서울 6.3%에 못 미치는 것은 물론, 전체 임대주택 재고 8만184가구 가운데 재개발·재건축·정비사업조합 임대주택은 1937가구로 그렇지 않아도 공급이 미미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관계자는 "가계의 능력만으로는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는 전셋값과 전월세 전환에 따른 주거비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방서후 기자(zooc604@etomato.com)
◇ 수도권 지자체가 재개발 임대주택 매입 비용을 올리고 공급 비율을 낮추는 등 서민주거복지와 역행하는 방침을 내놓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수도권 임대주택 단지 전경. /사진 방서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