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소환 앞두고 검찰 상대 연일 '장외전'

전문증거·특신·패감…법리적 약점 찔러 ‘수싸움'

입력 : 2015-05-03 오후 5:51:05
'성완종 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리스트 인물 중 첫 소환 대상자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연일 '장외전'을 펼치고 있다.
 
홍 지사는 3일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을 '패감'에 비유하면서 이번 의혹에 연루된 것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패감은 바둑용어로 통상 승부에 이기기 위해 버리는 수를 말한다.
 
그는 이날 자신의 SNS에서 "20여년 전 선거법위반 재정신청사건에서 나는 패감으로 사용된 적이 있다"며 "한보 청문회 때 고 김학원 의원이 박경식씨를 신문하면서 나를 야당에 넘겨줬다"고 밝혔다.
 
또 "성완종 사건에서 나를 수렁에서 건져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며 "다른 분들은 정치 세력이 뒷받침되지만, 나는 홀로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고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이번에는 패감으로 사용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소나기가 그치면 해가 뜬다. 무지개도 뜬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홍 지사의 장외전은 측근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되면서 함께 시작됐다. 
 
그는 지난 달 29일 자신의 일정을 담당하는 여비서 A씨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자 "여론재판과 사법절차는 다르다. 사법절차는 증거재판이다. 성 전 회장이 자살하면서 쓴 일방적인 메모는 반대심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무조건 증거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도) 그런 부분을 수사나 그런 절차에서 아마도 감안해서 수사할 것으로 본다"고도 말했다.
 
지난 1일에는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나 녹취록은 (형사소송법상) 특신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작성된 것이 아니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홍 지사는 “인터뷰 내용 전문을 보면 거기에는 허위, 과장과 격한 감정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특신상태라고 볼 수 없다"며 "이것(메모와 녹취록)은 수사 개시의 단서에 불과하지, 사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패감' 발언도 전날 2011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 경선 당시 자신을 도왔던 윤모 전 경남기업 부회장이 검찰에 2차 소환조사를 받은 뒤 나왔다.
 
홍 전 지사의 이같은 '장외전'은 자신에 대한 소환시기가 임박하면서 검찰을 떠보기 위한 고도의 수싸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홍 지사가 지적하는 문제는 검찰로서도 법리적으로 상당히 곤혹스러운 부분"이라며 "언론을 통해 수사상 약점을 두드리면서 반응을 보기 위한 계산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홍 지사가 스스로 자신을 변호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지만 잠재적 피의자인 공직자로서 검찰 수사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전날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부탁으로 홍 지사측에 1억원을 건넨 윤 전 부사장을 2차 소환조사했으며, 이르면 이번주 중 홍 지사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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