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무산과 새누리당의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단독표결을 계기로 새정치민주연합이 강성 기조로 돌아섰다.
이에 따라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각종 경제활성화 법안들과 연말정산 후속대책인 소득세법 개정안 처리도 불투명해졌다.
앞서 여야는 ‘공적연금 강화와 노후빈곤 해소를 위한 사회적 기구’ 운영규칙안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을 명문화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벌였다. 이에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6차례의 회동 끝에 ‘50%’ 문구를 규칙안이 아닌 부칙 별첨자료에 넣기로 합의했지만 이 역시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
박 후보자 인준안 단독처리에 이은 새누리당의 합의 파기로 본회의가 무산되자 새정치연합의 기조도 급변했다. 문재인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사과를 촉구하면서 강경투쟁을 예고했다. 또 공무원연금개혁 특별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았던 강기정 의원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발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7일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대책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도 “청와대의 말 한마디에 여야가 함께 국민께 드렸던 약속이 헌신짝처럼 내팽겨졌다“며 ”청와대가 앞장서서 근거 없는 수치로 연금괴담을 유포하고 국민을 호도하더니 결국 여야합의마저 뒤집었다. 청와대에 동조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야당 무시, 국회 무시, 의회민주주의 무시로 정치도 실종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장 직면한 문제는 각 상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민생·경제 법안들의 처리 여부다.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정무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등 쟁점 상임위를 중심으로 강경기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개별 의원들 차원에서는 새누리당이 ‘50% 명시 불가’ 입장을 고수할 경우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물론 정부가 요청한 다른 법안들에 대한 협조도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기재위 소속 의원은 “합의해봐야 지켜지지도 않는데 어떻게 협조가 가능하겠느냐”며 “이어 “서비스산업발전법 제정안 같은 경우에도 (의료·보건 부분은 제외하기로) 당대표끼리 합의했던 내용을 내용이 잘못됐다면서 (상임위에서) 뒤집고 있다. 말이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노위에서 활동 중인 다른 의원도 “지금 상황에 우리가 양보할 게 뭐가 있느냐”며 “계속 이런 식이라면 우리도 새누리당의 요구를 받아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변수는 새정치연합 새 원내지도부의 정책 방향이다.
새정치연합은 7일 새 원내대표로 4선의 이종걸 의원을 선출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에서 비교적 온건파로 평가받지만, 현재 당내 여론을 고려해 당분간 강경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날 연설에서 이 원내대표는 “박근혜정부와 새누리당과 싸워서 이기겠다”며 “특위 위원들이 이뤄낸 소중한 합의를 지켜서 공적연금 강화를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문 대표가 4·29 재·보궐선거 전패로 약해진 리더십을 복원하기 위해 투쟁 강도를 높일 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원내대표단이 꾸려지기 전까지는 이 원내대표도 당 지도부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문 대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호남 지지기반 확보가 절실한 만큼, 야당성 강화를 요구하는 당내 목소리에 힘입어 당분간 정부 여당과 대립각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된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실에서 열린 '공무원연금개혁특위 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