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외교장관들이 북한에 대한 비판적이고 공세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18일 서울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안보 우려는 북한”이라며 “북한이 가하는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매우 결단력 있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국제사회는 북한의 여러 악행, 특히 고위급 인사들에 대한 처형 등의 악행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고위층을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숙청하고 있고, 이는 세계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가장 보장하지 않는 나라가 북한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켜 행동을 변화시켜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적극성은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케리는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해서는 안 되고 북한 지도부가 핵 프로그램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병세 장관은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하도록 중·러를 포함한 5자간의 긴밀한 협력 하에 보다 강력한 압박과 보다 적극적인 설득 노력을 병행해 전개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국정원이 지난주 ‘현영철 숙청’을 발표한데 이어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은 공포정치를 한다’고 직접 언급한 후 날선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외교장관들의 강경 입장이 더해지면서 최근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조성된 한반도 긴장이 더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케리 장관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지칭하며 “모든 합리적 방법을 찾으려는 손을 거절했다”는 등의 표현을 쓴 데 대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케리 장관은 한국과 일본의 과거사 갈등에 대해서는 “양국이 민감한 역사 문제에 대해 자제심을 가지고 대처하고 계속 대화하며 서로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계속 일본에 과거에서 일어나 좀 더 나은 인접국과의 관계를 구축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일본의 책임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도 했지만, 서울을 방문한 자리라는 점이 고려됐을 뿐 원론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이 18일 한·미 외교장관회담에 앞서 취재진에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