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글로벌 톱 30위 에너지기업 도약"

"2018년까지 기업가치 30조원대로 키울 것"

입력 : 2015-05-28 오전 11:00:00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현재 11조원인 기업가치를 오는 2018년까지 30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철길 사장(사진)은 28일 서울 종로구 SK이노베이션 본사 사옥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수익·사업구조 혁신 등을 통해 당면한 위기를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만들겠다"면서 "글로벌 톱 30위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구조적 혁신을 통해 석유·화학사업의 구조적 위기를 돌파하고, 글로벌 파트너십 기반의 성장 모델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정 사장은 현재 경영환경을 '구조적 위기'로 진단했다. 중국·유럽 등 주요 시장의 저성장에 따른 수요 감소, 미국발 셰일 혁명과 글로벌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출형 사업구조를 지닌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구조적 위기에 봉착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중국의 정제설비 규모는 2008년 일일 900만배럴에서 올해 1300만배럴로 늘어날 전망이다. 중동과 인도 역시 일일 정제능력이 2018년 각각 1000만배럴, 500만배럴을 기록, 2008년 대비 각각 25%, 6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사업도 상황이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석유화학 자급률 증대, 에탄 크래커 등 셰일 기반의 저가원료 설비 확대 등으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정 사장은 위기극복의 해법으로 사업구조 '혁신'에 방점을 찍었다. 석유개발 부문은 지난해 인수한 미국 오클라호마, 텍사스 소재 셰일광구를 인근 지역으로 확장하는 등 'U.S. 인사이더(Insider)' 전략을 통해 북미 기반의 자원개발 전문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화학부문은 기존 중국 중심의 성장 전략인 '차이나 인사이더'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 최대 국영석유회사 시노펙과 손잡고 설립한 중한석화(중국 우한 소재) 처럼 성공적인 합작 모델을 계속 만들기로 하고, 중국 내 파트너들과 협력방안을 논의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상업생산에 들어간 우한 나프타분해공장(NCC)은 올 1분기 836억원의 흑자를 내며 현지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석유사업 부문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주요 산유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해 안정적 원유도입 기반을 다지기로 했다. 역내 주요 석유제품 수입국들과의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수출판로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 중이다. 윤활유 부문 역시 지난해 스페인 렙솔사와 윤활기유 합작법인을 출범시킨 데 이어 추가로 글로벌 파트너를 발굴해 합작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 사장은 '안정 속 성장'을 위해 올 1분기 말 현재 6조8000억원인 순차입금 규모를 지속적으로 줄여갈 것이라고 밝혔다.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의 상장과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실행에 옮기고, 여기서 마련한 재원을 인수·합병(M&A)과 합작사업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또 인적·조직구조 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구성원의 글로벌 역량과 전문성 등을 제고하는 한편 내부 소통과 '일과 싸워 이기는 조직문화'를 강화하는 형태로 각각 추진하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 1분기 실적이 개선된 것에 대해서는 낙관론을 경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락의 직격탄을 맞으며 231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37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며 SK그룹의 맡형으로서 체면을 단단히 구겨야만 했다. 지난 2월 들어 유가반등과 정제마진 강세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관련 업계는 반짝 회복세에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 사장은 "글로벌 공급과잉 구조 등 펀더멘털은 변한 게 없는 만큼, 실적 호조는 잠깐 왔다가는 '알래스카의 여름' 같은 것"이라며 "앞으로 다시 도래할 '겨울폭풍'에 대비해 올해가 마지막 '골든 타임'이라고 생각하고 만반의 준비를 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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