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국에 ‘부상’하는 박원순 리더십

김무성·문재인 제치고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올해 첫 1위
‘긴급 기자회견’서 존재감 부각…박 대통령과 희비 엇갈려

입력 : 2015-06-15 오후 3:37:58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국내에서 연일 확산되는 가운데 ‘한밤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사태 해결에 앞장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박 시장이 메르스 사태 진전을 위해 적극 나서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켰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박 시장의 최근 행보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현 정부의 대처와 비교되면서 박 시장과 박근혜 대통령의 희비가 엇갈리는 모양새다.
 
지난 4일 박 시장은 메르스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는 이제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고 시민의 삶을 지키는 길에 서울시가 직접 나설 것”이라며 “서울시의 모든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메르스 확산 방지와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지난 9일 “만일 지자체가 중앙정부와 조율 없이 독자적으로 대응을 하게 되면 국민들이 더욱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메르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불안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에 긴밀한 공조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응 기조를 전면 수정하면서 대체적으로 박 시장의 선제적인 문제 제기가 옳았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일부 여당 의원은 박 시장의 메르스 사태 대응 방식에 대해 칭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12일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에서 박 시장이 한 달 전보다 6%포인트 상승한 17%를 차지하면서 올해 들어 처음 1위에 올랐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박 시장에 이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나란히 13%를 얻었다.
 
박 시장은 그동안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대표 등 양당 대표에게 밀려 3위 자리에 머물러 있었지만 이번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다시 1위에 올라섰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메르스 정국에서 최고의 수혜자는 박 시장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9~11일 전국의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휴대전화 임의걸기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율은 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15일 통화에서 “박 시장이 메르스 국면에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리더십을 보여주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기 때문에 긍정적인 평가가 이어졌다”며 “또한 현 정부와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 등 반사 효과가 더해지면서 이 같이 지지율이 올랐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박 시장이 차기 정치 지도자 1위로 부상하면서 이에 대한 여당의 견제도 만만치 않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무슨 난리가 난 것도 아닌데 한밤에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허위 과장된 사실로 국민 공포를 확산시킨 것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했고, 같은 당 이노근 의원도 “(박 시장이) 최고통치자처럼 행세하는데, 메르스 사태를 업고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최근 박 시장은 여당의 이 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메르스 대응에 대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다. 박 시장은 지난 14일 삼성서울병원이 국가방역망에서 열외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는 정부와 서울시가 특별조사팀을 구성해 직접 통제하겠다고 주장했다. 현재 서울시는 정부와 함께 주도하는 공동 특별조사단 구성을 보건복지부에 요청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국내에서 확산되는 가운데 ‘한밤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사태 해결에 앞장섰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정치권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박 시장이 15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비공개로 열린 서울시 메르스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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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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