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 직원들은 최근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회사측이 복장 규정을 완화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카키색과 검정색 바지만 허용됐는데, 이제는 검은색 면바지와 카키색 대님바지도 입을 수 있게 됐다. 육체노동을 하는 직원들에게는 파란색·흰색 카라 셔츠와 월마트 조끼 외에도 청바지와 티셔츠도 허용됐다. 보수적인 유니폼 규정에 시달려왔던 월마트 직원들에게 소소한 자유가 주어진 셈이다.
◇월마트 직원이 매장 한켠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로이터)
미국에서는 복장 규정을 완화해 주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가 됐다. 일의 능률과 소속감을 높이고자 똑같은 색깔과 디자인을 강요했던 이전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얼마 전까지 소비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매장 직원들은 기업을 상징하는 유니폼을 획일적으로 입어왔다. 그러나 수틀리면 옷 벗고 나가는 직원들이 속출하자 기업의 마음이 급해졌다. 지난해 기준으로 월마트 연간 이직률은 70%에 육박했다. 이에 월마트는 직원들을 붙잡기 위해 임금을 인상하고 비금전적 혜택(soft benefits)을 제공했다. 비금전적 혜택은 후생복지를 확대하는 것을 뜻한다. 복장규정 완화, 작업장 내 적정온도 조절, 음악제공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후생복지 증진의 일환으로 복장 규정을 완화하는 기업은 월마트 말고도 수두룩하다. 소매업체 팻스마트는 지난해부터 벌거벗은 몸이나 신성모독적 내용만 아니면 직원들이 몸에 문신하는 것을 허용해 주기로 했다. 보석과 피어싱 규제도 풀렸다. 스타벅스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코와 귓불에 피어싱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주고 검은색 데님바지도 입을 수 있도록 조치 했다. 의류업체 아베크롬비는 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아베크롬비는 모든 규제를 해제하고 ‘깔끔’ ‘자연스러움’ ‘잘 차려입음’ 딱 세 가지 기준만 설정했다. 이것만 지키면 뭘 입든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머리 색과 손톱 길이까지 규제하던 이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직원의 표현의 자유와 복지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며 “고객들도 판매원들의 복장에 이전보다 더 관대해졌다”고 평가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