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있듯이, 어제의 실패는 내일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말이 쉽지 당장 벌여놓은 사업이 실패로 돌아가면 창업자는 다시 일어서지 못하고 주저앉기 마련이다. 남의 돈까지 끌어왔는데, 수익을 올리지 못하면 실패의 쓰라림은 더욱 커진다.
◇IT 스타트업 직원 둘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그러나 미국 주간지 더뉴요커에 따르면 최근 들어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빠른 실패(Fail Fast)' '잦은 실패(Fail Often)'를 모토로 삼는 스타트업이 늘어나고 있다. 이왕 겪을 실패라면 남들보다 더 빠르게, 더 많이 겪어 성공의 기반을 미리부터 다져놓자는 것. 한 번에 성공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실패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실패가 필수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실패 없는 성공은 기반이 허약해서 한 번의 실패로도 금세 무너질 수 있다고 본다. 존크럼볼츠 스탠퍼드대 교수도 "자잘한 시도에 따른 실패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완벽한 계획을 세우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사람보다 장기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한 바 있다.
스타트업의 생존 가능성이 적은 것 또한 실패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하버드비즈니스스쿨에 따르면 지난해 투자한 것보다 낮은 수익을 거둔 스타트업은 70~80%에 이르렀다. 목표치에 이르지 못한 기업은 무려 95%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실패를 거울 삼아 진전해야 한다는 식의 이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희망적인 것은 스타트업 성공률이 매우 저조함에도 투자유입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 실제로 벤처캐피털은 지난 한 해 동안 미국 기업에 480억달러(53조원)를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 환경은 어렵지만,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하는 이들이 많다는 뜻이다.
다만 아무리 투자가 이뤄지고 실패를 교훈 삼는다 해도 전략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이에 따라 실패를 몇 수 앞에서 내다보고 미리 행동에 나서는 기업이 생겨나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기업은 크라우드소싱(crowdsourcing) 어플 업체 POP다. 헤이스 드럼라이트 POP 창립자는 기업활동 과정에 대중을 참여시키는 크라우드소싱 사업과 IT 컨설팅 사업을 벌여 2년 만에 2억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등 탄탄대로를 걸었다. 자본금 100달러로 시작해 그 정도 수익을 올렸으니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단기적인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실패할 것에 대비해 번 돈을 몽땅 신사업에 투자했다. 거금을 들여 클라우드 컴퓨팅과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를 영입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도 했다. 졸지에 번 돈을 몽땅 써 실패한 것처럼 보였지만, POP는 얼마 지나지 않아 연간 매출이 4억달러(4470억원)에 이르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