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반대로 3년째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강화 법안의 처리가 임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의안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지난 18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상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10개월간 중소기업청 및 중소기업인 단체와 사전 조율을 거친 이 법안은 이르면 오는 29일 산업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유사 법안들과 병행 심사돼 대안으로 의결될 것으로 관측된다.
상생법 개정안은 현행법대로 민간기구인 동반성장위원회에 적합업종 지정권을 부여하되, 조정기간을 1년으로 제한하고, 기한 내 조정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중기단체에 적합업종 사업조정 신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통해 상생법상 사업조정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중소상인들의 실익을 극대화한다는 것이 법안의 취지다.
개정안은 또 적합업종 지정에 따른 사업이양과 진입자제 등 공정위의 권고를 미이행한 사업체에 대해 벌칙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초 새정치연합은 ‘적합업종 제도화’를 당론으로 채택해 ‘중소기업·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2013년 4월 26일 오영식 의원 발의)’ 입법을 추진해왔다. 특별법안의 핵심은 민간에 맡겨진 적합업종 지정권을 중기청으로 넘겨 적합업종제도의 강제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 역차별 등을 이유로 2006년 폐지된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의 대안격이었다.
하지만 이 법은 2년 2개월여간 13차례나 소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통상마찰을 우려한 정부의 반대로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 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적합업종 지정권을 행사하는 것은 정부의 정책이 돼, 이로 인한 해외 기업의 경영상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체결국·투자자 국가 제소제도(ISD)에 따른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반대 논거였다.
이번에 발의된 백 의원의 상생법 개정안은 사실상 적합업종 특별법에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중재안이다. 적합업종 지정을 현행대로 동반위에 맡기되, 적합업종 합의 도출기간을 1년으로 못 박고, 기한 내 신청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 한해 정부의 개입을 허용하는 것이다.
현행법에는 적합업종 합의 신청과 도출, 사업조정 신청·심의·조정 등에 대한 근거규정이 없어 동반위가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결론을 미뤄도 제제 방안이 없었다.
백 의원 측은 이번 개정안이 동반위에 시한 내 합의 도출을 압박해 민간의 자율적인 적합업종 지정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통상마찰 우려를 해소하면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동반위에서 장기간 공전 중인 문구소매 등에 대한 적합업종 지정이 이뤄질 경우, 제조업을 비롯한 일부 업종에만 한정됐던 제도가 유통업에까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소기업단체는 미합의 적합업종에 대해 중기청에 직접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게 되고, 이 경우 중기청은 3개월(3개월 연장 가능) 안에 결론을 내야 한다.
백 원은 이어 “이번 개정안은 기존의 사업조정제도를 강화하면서도 접근하기 용이하게 만들어 중소기업·중소상인들의 실익을 극대화하는 데에 방점이 찍혀있다”며 “매우 실사구시적인 접근인 만큼 여야를 불문하고 아주 유력한 대안으로 검토 가능하리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