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조 신분증에 속아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 업주들을 구제하기 위한 입법이 추진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신분증 위조 등 적극적인 방식으로 업주를 속인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을 경우 과태료나 영업정지 처분을 경감 또는 면제해주는 내용의 청소년보호법 및 식품위생법 개정안(청소년보호법 의결 전제)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청소년에게 술·담배 등 청소년유해약물을 판매·제공하면 형사처벌(청소년보호법 제58조) 또는 영업정지나 과태료 등 행정처분(식품위생법 제75조 등)을 받는다.
하지만 현행법은 청소년유해약물을 판매한 자에게만 책임을 묻고 있어, 이를 악용한 청소년의 불법행위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신분증을 위조·변조·도용해 나이를 속이거나, 이를 통해 술집 등 유해업소에 출입한 뒤 경찰 신고를 무기로 무전취식을 일삼는 행위 등이다.
이런 경우에도 판매자만 처벌을 받아, 청소년들의 위법행위가 잦아짐과 동시에 업주들의 피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욱이 대다수의 자영업자는 청소년의 기망에 의해 술을 팔았다고 해도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기망’과 ‘선의’ 여부는 법정에서도 정상참작 사유에 해당하나, 영세 자영업자들의 입장에서는 소송이 행정처분만큼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서 의원은 “자영업자들은 그냥도 망하는데, 이렇게 억울하게도 망한다”면서 “최소한 청소년이 신분증 위조 등으로 업주를 속이려는 의도가 명백했을 때, 업주가 기망에 의해 자신의 위법 여부를 인지하지 못 했다는 것이 증명됐을 때에는 처벌 수위를 낮춰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두 법의 개정만으로 신분증 위·변조 등을 이용한 청소년의 불법행위를 근절할 수 없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서 의원은 “원래 청소년보호법이 술이나 담배, 마약, 유해업소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기 때문에, 이 법에 청소년에 대한 처벌규정은 없다”며 “신분증 위·변조 같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다른 법을 개정해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처벌 감경이 위법행위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서 의원은 “이 법은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법의 사각지대를 없애 선량한 피해자를 구제하자는 것”이라며 “상습적이거나 악의적인 유해약물 판매는 선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자료사진).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