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 'NC 홈구장' 신축 놓고 갈등 여전

경남, 도비 지원 불투명..설계사 선정시 로비전도 우려

입력 : 2015-06-24 오후 5:19:44
지난해 하반기 창원시의 NC 신축 야구장 입지가 마산종합운동장으로 변경되면서 해묵은 갈등은 일단락 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금 문제는 남아 있다. 경상남도의 도비 지원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시는 당초 야구장 신축 비용으로 1240억원을 책정했다. 창원시 650억원, 경상남도 200억원, 중앙정부 290억원, NC가 100억원을 각각 부담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경상남도는 지난 4월12일 시에 공문을 보내 '도비 지원 불가' 입장을 표명했다. 이로써 오는 8월말 있을 안전행정부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 통과 또한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도가 도비의 지원 불가 입장을 먼저 밝힌 상황에 국비 지원이 원만하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창원시가 구상하는 새 야구장의 구상도. (사진제공=창원시)
 
◇'200억원' 도비는 받을 수 있나
 
창원시는 경상남도라는 광역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기초지방자치단체다. 시장과 도지사, 기초지자체와 광역지자체는 '명령·지시-이행·보고'의 관계는 아니나 기초지자체는 광역지자체의 재정적 지원을 일부 받으며 특정 사안에 대해선 기초지자체가 광역지자체의 동의나 승인을 미리 얻어야 한다.
 
창원시 신축 야구장 건설 과정에 있어 시가 도와 갈등을 빚을 만한 점은 그 동안 두 가지였다. 하나는 입찰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경남도 도비 지원 여부다.
 
현재 관(官)의 공사 발주에는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크게 수의계약과 공개입찰이 있고  공개입찰은 다시 설계자와 시공자를 분리 발주하는 방법과 함께 발주하는 방법이 있다. 설계자와 시공자를 분리 발주하는 경우 최저가 입찰과 대안 입찰, 그리고 기술제안 입찰 등으로 다시 분류된다. 
 
당초 창원시는 실제 야구장을 쓰게 될 NC 다이노스의 뜻에 맞춰 공사기간의 단축 가능성이 높은 턴키(Turn-Key : 설계·시공일괄입찰) 방식의 입찰을 원했다. 만약 신축 창원야구장 공사가 턴키 형태로 진행됐다면 구장 개장 시점은 오는 2017년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경남도가 창원시의 의사에 제동을 걸었다. 현행법규상 기초지자체는 대형 공사를 입찰할 경우 광역지차체의 입찰심의를 받게 된다. 경남도는 창원시에 기술제안 방식을 권고했다. 턴키 방식에 비해 공사비 3~4% 절감은 예상되지만 개장 시점이 오는 2018년으로 늦춰질 것이 뻔했다.
 
NC와 시는 이미 여러모로 늦춰진 개장 시점을 단축하기 위해 턴키 방식을 원했다. 그러나 실랑이 끝에 결국 도의 권고를 수용해 기술제안 방식을 택한다.
 
이제 도와의 남은 문제는 도가 도비를 지원하냐 여부다. 시는 야구장 신축에 당초 1240억원 소요를 예상했다. 시가 650억원을 쓰고 경남도·(중앙)정부·NC에서 200억·290억·100억원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현재 (중앙)정부와 NC는 명시화된 문서는 없지만 여러모로 논의가 원만한 상황이다.
 
문제는 도비다. 도가 지난 4월12일 시에 보낸 발송한 공문에서 '도비 지원 불가' 입장을 표명했고, 아직까지 바뀐 점은 없기 때문이다.
 
도비 지원이 국비 지원과 필연적으로 연계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도가 도비의 지원 불가 입장을 먼저 밝힌 상황에 국비 지원이 원만하게 이뤄지는 것은 쉽지 않다. 오는 8월 말에 안전행정부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가 통과되기 어렵겠다는 식의 우려를 표하는 측은 도비 지원 난항을 이유로 든다.
 
지난 9일 열린 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중에도 이같은 질문이 나왔다. 기획행정위원회 김헌일(새누리당, 진해구 태백·경화·병암·석동) 의원이 신축구장 원점 재검토를 논하며 질의한 것이다.
 
당시 답변자로 나선 이용암 야구장건립단장은 "경남도가 지원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계속 접촉하고 있다. 오는 8월 말에 행정자치부 지방재정 투융자 심사가 예정돼 있어 웬만하면 6월 말까지는 도의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면서 "국·도비가 없는 경우는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시·도 및 지역 정계 등 <뉴스토마토>의 광범위한 자체 취재결과 현재 도비의 지원은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기의 문제다.
 
다만 언제 발표될지, 어떠한 형식으로 밝혀진 것인지의 문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조건이 첨부될 여지도 있고 드러나지 않더라도 시와 무언가 합의가 진행될 수도 있다.
 
문제는 시와 NC에게는 최악 경우인 '도비 지원 불가' 카드가 아직 완벽히 사라진 것은 아니란 점이다. 시는 "최악의 때가 오면 시비를 써서 메울 것"이란 입장이나 그동안 세운 일련의 계획은 꼬일 확률이 농후하다.
 
창원시 신축 야구장 건설 '갈등'의 최후 카드인 도비 지원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세간의 관심이 적잖다. 200억원은 1240억원의 16.12%나 생각보다 향후의 파장은 상당히 크다.
 
◇창원시 새 야구장 설계공모안 작성지침서.
 
◇24사 중 외국 설계사는 오직 한 회사..설계, 잘 이뤄질까
 
건축물 하나의 공사에 있어 설계와 시공 그리고 감리와 행정은 무엇이 더욱 중요하냐를 굳이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두 중요하다. 
 
공사를 시작하기 이전에 해야할 행정이 이행되면 이후는 설계다. 설계자는 어떤 기능을 담으며 어떤 외형으로 표출될지 표현한다. 시공자는 완성된 도면을 보면서 공사를 진행하며, 감리자는 시공 과정이 제대로 되는가 보고 책임지는 역할을 맡는다.
 
야구장의 개성과 철학이 담긴다는 점에서 설계는 중요하다. 그런데 설계 시작 단계의 조짐이 좋지 않다.
  
그동안 켜켜이 쌓여온 국내 건설업계의 문화와 지방정부의 계약 관행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아직 잘못된 모습이 표면화된 것은 아니지만 우려가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 창원시는 새 야구장의 설계 공모를 한창 진행 중이다. 응모신청서를 받고 현장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질의접수를 받고 시에서 답변을 하는 기간까지도 마무리됐다. 응모 마감일은 오는 8월12일이며 시에서 진행하는 심사는 8월19일까지 마무리된다.
 
그런데 응모신청서를 내고 실제 창원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설계사의 면면 그리고 그 이면에 담긴 목소리를 들으면, 왠지 모르게 씁쓸한 마음이 든다.
 
현재 창원시 새 야구장 공사 설계에 참가 의향을 표명한 설계사 수는 24개다. 국내 굴지의 설계사무소는 모조리 참가했다 여겨도 무방하다.
 
건설경기가 불황인 상황에 비주거 건축분야의 경기는 더욱 좋지 않은데 모처럼 30억원(설계비) 규모의 초대형 설계 입찰 공고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시의 비공개 규정에 따라 <뉴스토마토>가 업계 취재를 통해 파악한 결과 이들은 13개 주체로 구분됐다. 최대 2개사로 연합(컨소시엄)을 맺을 수 있는 규정에 따라 2개사씩 묶인 연합이 22개사(11개 컨소시엄)며, 단독 참가한 설계사가 두 곳이다. 
 
그런데 이 많은 설계사 중 외국 회사는 한 곳뿐이다. 규정상 외국 설계사는 단독 응찰을 할 수 없기에 국내 설계사와 함께 참가해야 하나 파트너를 끝내 구하지 못했던 것이다.
 
국내 유수의 설계사인 경우에도 실력 있는 건설사보다는 로비력이 좋은 업체 또는 경남 연고 업체와 컨소시엄을 꾸린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A설계사 관계자는 "우리도 경험 풍부한 외국 기업인 B사와의 컨소시엄을 생각했지만 가산점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일단 입찰을 따야 먹고 살기에 지역 업체와 함께 했다"며 "설계를 평가할 교수를 전국에서 선발할 수도 있지만 창원과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꽤 높다. 그렇다면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지역 업체가 낫지 않겠냐"고 말했다.
 
  
C설계사 관계자도 "모처럼 나온 초대형 설계 건이다. 국내의 웬만한 설계사무소는 응찰한 것으로 안다"면서 "좋은 설계를 해도 일단 뽑혀야 한다. 아무래도 심사위원의 대다수는 지역 대학교 교수들이 되지 않겠나. 지역에 '라인'이 튼튼한 회사와 손잡는 것이 당연히 낫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최근 <뉴스토마토>에 아직 심사위원 명단은 확정되지 않았고 아직은 고려하고 있는 군도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심사위원이 될 만한 경남권 대학 교수와의 유대 관계나 지역에 대한 로비력을 중시 여기고 있었다.
 
심사위원은 반나절 동안 창원시청에 모여서 심사를 마치는 것으로 역할을 마친다. 하지만 그들의 선택은 10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향방을 바꾸고, 창원시민을 비롯한 전국 야구 팬이 즐기는 야구장의 미래를 정한다. 심사위원 인선은 그래서 중요하다.
 
◇창원시청. (사진=이준혁 기자)
 
◇'정답'은 정상적인 절차로 지어지는 멋진 구장
 
현재 야구장 신축 계획은 서울(잠실 신축구장)과 대전 등지의 지자체에서도 거론 중이나 가시화된 지역은 창원 뿐이다.
 
NC 팬과 창원시민은 물론 야구팬들은 지난 2011년 프로야구 9구단을 유치했을 당시의 열정이 좋은 야구장으로 발현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NC 다이노스는 이미 좋은 성적과 특유의 창의성을 바탕으로 국내 야구계에 새바람을 불어넣었다. 신세계백화점을 제외하면 다소 어중간했던 산호·양덕동 상권 부활에도 긍정적 역할을 했다.
 
이제 창원시와 시의회의 차례다. NC 팬과 창원시민은 정상적인 절차로 지어지는 멋진 구장으로 창원시가 제능력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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