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무더기로 특허소송을 취하하고 있다. 일단 걸고 보자는 '묻지마 식' 특허소송을 남발하면서 행정력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의 지적재산권의 수준이 평가절하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25일 의약품 조사업체인 비투팜의 GLAS데이터에 따르면 허가특허연계제도가 시행된 지난 3월 이후 6월22일 현재까지 제약사 청구인이 특허소송을 취하한 건수는 354건으로 집계됐다.
의약품 특허의 근간이 되는 의약품특허목록집이 시행된 2012년 이래 특허소송 심결 건수는 2283건이다. 이중 소송취하는 총 377건이다. 즉 지난 3월 이후 단 4개월만에 95%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 것이다.
업체별로는 유영제약이 55건으로 최다 취하했다. 이어 안국약품이 54건, 하나제약이 45건, 네비팜이 33건, 아주약품이 25건을 기록했다. 또한 국제약품 17건, 삼천당제약과 인트로팜텍이 각 12건, 한미약품과 휴온스가 각 10건을 나타냈다. 월별로는 3월에 51건, 4월에 44건, 5월에 166건, 6월에 93건 순이었다.
특허심판 취하가 대거 몰린 것은 허가특허연계제도의 핵심내용인 복제약 독점권과 연관이 깊다. 복제약 독점권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회피한 의약품에 9개월 동안 독점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다. 자격은 최초 특허심판이 전제다. 단 최초 심판 청구일에 14일 이내 접수한 제약사들도 독점권 대상으로 병합된다.
특허를 깰 수 있는지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부문별하게 소송을 청구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가 특정 약물에 특허소송을 청구하자 소송에 합류했다가 정작 소송을 취하하자 따라서 취하하는 등 그야 말로 혼잡 양상"이라며 "일단 접수하고 본 뒤 나중에 실익이 없다고 보고 소송을 빼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불똥이 떨어진 것은 특허심판원이다. 접수가 폭주하는 데다가 취하까지 몰린 탓이다.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심판원 관계자는 "의약품 특허심판이 대거 접수돼 밤새서 일을 하고 있다"며 "서류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직원이 일일이 확인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국적 제약사들도 "특허소송을 넣었다가 뺐다가 하는 국내 상황을 본사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는 처지다. 특허소송을 접수하거나 취하하면 특허권자인 다국적 제약사에게 통보가 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지적재산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의 허가특허연계제도가 되려 퇴색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수준 미달이라는 평가가 확산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