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클래식 18라운드에서 격돌할 서울과 수원이 각각 필승을 다짐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축구 팬들의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오는 27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 서울-수원 맞대결을 앞두고 25일 서울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양팀 감독(서울 최용수, 수원 서정원)과 차두리(서울), 정대세(수원)이 참석했다.
'슈퍼매치'로 불리는 수원과 서울 경기는 K리그 클래식 최대 더비다. 이미 수 년째 최고의 흥행카드로 꼽히는 맞대결로 양팀 선수는 물론 팬들의 장외 신경전도 치열하다.
지난 4월에 열린 올해 첫 번째 슈퍼매치는 수원의 5-1 완승이었다. 지난 1999년 이후 16년 만에 나온 최다골 차의 승리다. 정대세(2골2도움)-이상호(2골)-염기훈(1골2도움) 등이 라이벌 팀인 서울을 맞아 수원의 대승을 주도했다.
◇서정원 수원 감독(왼쪽), 최용수 서울 감독.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27일 서울-수원 '슈퍼매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최 감독이 먼저 선공을 했다. 그는 "지난 맞대결 당시 참담한 패배를 당했다. 받은 만큼 되돌려주겠다"고 출사표를 내보였다. 하지만 곧바로 "그러나 받은 만큼 되돌려주자는 복수심으로는 자칫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진지한 자세로 경기를 준비할 생각"이라고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최 감독의 선공에 서 감독이 답했다. 서 감독은 "지난 경기서 크게 이겼다고 해서 그 때의 대승에 젖어있지 않겠다. 이미 지나간 경기고, 좋은 추억일 뿐"이라면서 "선수들에게 누누히 이야기하는 것은 '만약 우리가 1-5로 졌다면 다음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겠냐'다. 정신적인 면에서 해이해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현재 서울은 승점 26점(7승5무5패)로 5위며 수원은 승점 29점(8승5무4패)로 2위다. 순위 차는 있지만 승점 차이가 적기에 이날 경기에 따라 순위가 변동될 여지가 있다. 선두 전북과 꼴찌 대전을 빼면 순위 변동이 쉬운 최근의 리그 상황상 더욱 그렇다.
그러나 라이벌전이기 때문에 이번 경기의 패자가 떠안을 타격은 크다. 역대 슈퍼매치는 지난 경기를 승리한 수원의 32승16무25패 우위다.
5-1이란 점수가 서울에는 어떻게 기억될까. 최 감독은 "차두리 부상 후 교체 타이밍 에러를 보여 실점을 했다."고 자신에게 책임을 돌린 후 "2차전에서 다시 5-1로 지진 않겠지만, 5-1로 이긴다는 보장 또한 없다"라고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선수들이 이기겠다는 강박관념보다 팀에서 요구하는 전략대로 해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받은만큼 돌려주자'는 복수심이 저보다 강한 것은 사실이나, 상대도 그런만큼 저희(서울)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이번에는 수원이 혼좀 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차두리-정대세, '침착한 복수 준비' Vs '최선의 승리 준비'
슈퍼매치에 나서는 선수들의 각오도 대단했다.
서울의 '맏형' 차두리는 "1차전 당시 큰 점수차로 진 것을 선수들이 기억하고 있고 그때 이후 선수들의 경기력이 조금씩 경기력이 좋아져 이제는 안정감을 찾았다"면서 "모레(27일) 있을 슈퍼매치가 우리(FC서울) 팀이 앞으로 갈 길 분수령이 될 것 같은데 지난 아픈 패배를 기억하는 만큼 준비를 잘 마쳐서 꼭 홈 팬들이 볼 앞에서 승리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수원의 정대세는 차분했다. 그는 "첫 대결에서 우리가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한 경기를 이겼다고 다음 경기도 손쉽게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면서 "서울 선수들이 이를 갈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도 최선을 다할 생각으로 준비 잘 하고 있다. 꼭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응수했다.
해외 무대에서 활약한 바 있는 두 선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퍼매치에 대해 특별하다고 말했다.
정대세는 "일본에도 당연히 더비가 존재했다. 더비에서는 평소에 가진 능력보다 좋은 능력을 내는 것 같다"며 "슈퍼매치는 국제축구연맹(FIFA)도 인정할 정도로 한국 최고 더비 매치다. 더비 매치는 팬들이 더 응원해주는 만큼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 주목을 많이 받는 만큼 선수들이 열심히 뛴다"고 전했다.
차두리는 "독일과 스코틀랜드를 거치며 더비 매치를 직접 경험했다. 더비라는 것은 항상 굉장히 치열한 것 같다"면서 "한 팀이 분위기가 좋다고 해서 그 경기 분위기가 그대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의외의 상황과 각종 변수가 있기에 팬은 즐겁지만 선수들은 긴장해야 한다. 슈퍼매치는 유럽 어떤 더비보다도 재미와 흥행성 등의 모든 것이 낫다"라고 평가했다.
◇'결연한' 최 감독 Vs '복잡한' 서 감독
이번 슈퍼매치에 10자 정도로 이야기해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서 감독은 "나의 축구 인생에서의 즐거움"이라고 말했다. FC서울 전신인 안양 LG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해, 프랑스 리그의 경험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는 수원과 연을 맺어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던 서 감독다운 답이었다.
반면 최 감독 답변의 느낌은 강렬했다. "반드시 받은만큼 되돌려준다"이다. 지난 경기에서 워낙 크게 졌던 점이 드러나는 문구다. 게다가 최 감독은 수원 전 감독인 윤성환 현 부산 감독을 상대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짧은 문구에 뼈가 있었다.
슈퍼매치에 대한 느낌을 묻는 질문에서도 이같은 모습이 나왔다. 서 감독은 "슈퍼매치의 중심에 서 있다고 생각이 든다. 여러가지로 마음이 교차한다"면서 "이제 항상 담담하다. 큰 경기 할 때가 좀 다른 경기보다 더욱 침착하다고 할까. 현명해지는 것 같다"고 담담히 말했다.
최 감독은 "팬들은 슈퍼매치를 기대하고 흥분된 분위기에서 경기를 즐기지만, 감독은 부담되는 경기"라며 말문을 연 후 "(슈퍼매치는) 성장할 수 있는 긴 시간을 주는 경기다. 패배와 실패를 통해서도 상당히 많은 것을 얻는다"고 말했다.
이어서 "윤성효 감독(이 수원 감독을 맡던) 시절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부담이 컸던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문제는 의미가 중요하다. 지금은 많이 배웠고 달라졌다. 그래서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최 감독은 "받은 만큼 되돌려 주고 싶다"며 다시 한 번 필승 의지를 다졌다.
◇"더 많은 팬들이 현장 찾길"
슈퍼매치는 관중수 5만명 이상을 기록한 경기가 세 차례나 있을 정도로 팬들의 관심이 높다. 올 시즌 두 번째 경기인 이번 대결에도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될 예정이다.
최 감독은 "팀 승리가 우선이지만 슈퍼매치를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많이 찾아오셔 현장에서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즐기셨으면 한다. 1년에 몇번 오지 않는 경기"라며 "수원이 시즌 초보다 전력적으로 안정감이 있고 좋은 상황이다. 우리(수원) 또한 시즌 초와 비교해 뒤쳐지지 않는다. 운동장에 많은 분들이 찾아오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감독은 "(슈퍼매치) 경기마다 스토리가 있었고 감동과 환희가 있었다."면서 "저희(수원)나 서울이나 팬들이 많이 찾아주시면 거기에 좋은 경기로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