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일 연속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했지만 재계약이 거절된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서 부당해고가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반정우)는 호텔롯데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일 단위로 고용된 아르바이트생 김모씨에 대한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로 볼 수 없다"며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가 김씨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기간을 정한 것이 단지 형식에 불과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김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 혹은 정년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김씨가 호텔롯데와 84일간 근로계약을 반복갱신하고 계약서상과 다르게 1주일에 47시간가량 근무하는 등 다른 정규직 근로자와 비슷한 시간을 근무했더라도 '일용직'이 아닌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로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김씨에게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다고 볼 수 없다"며 호텔롯데의 김씨에 대한 근로계약 거부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중노위의 재심판정이 취소돼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씨가 호텔롯데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계약 갱신에 관해 따로 정한 바 없고 실제 김씨가 한 일도 식자재 세척과 주방 보조 등 단순 보조업무에 불과해 상시적·지속적 업무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호텔업 특성상 일시적인 인력 공백을 메우려고 많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고 이들이 언제든지 일을 그만 둘 수 있어 하루 단위로 근로계약을 맺을 수밖에 없다는 호텔롯데 측의 주장도 받아들였다.
김씨는 지난 2013년 12월 아웃소싱 업체를 통해 호텔롯데 내 식당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84일 연속으로 근로계약을 매일 갱신을 하며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호텔롯데가 인력고용업체를 통해 김씨에게 근로계약 갱신 거부를 통보했다. 김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거부돼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다.
지난해 11월 중노위는 "김씨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통보는 해고에 해당하는데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호텔롯데는 중앙노동위원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을 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