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세연기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100일을 맞았다.
지난 2월 이명박정부의 제2기 경제수장으로 등장한 윤 장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잘했다'는 평가가 일반적이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글쎄요'라며 선뜻 동의하지 못한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는 윤 장관의 공로를 인정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실력'보다는 '운'이 따르지 않았냐는 것.
기획재정부는 19일 시장의 정책신뢰를 회복하고 민생안정을 일자리 마련 정책을 효과적으로 추진했으며, 금융·외환시장안정과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이끌었다고 높이 평가했다.
윤 장관은 취임과 동시에 기존 경제 전망을 수정했다. 그는 "올해 성장률을 기존 3%에서 -2%로 하향조정했고 당초 10만명이상으로 전망했던 취업자수도 20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상황에 대한 객관적 진단을 바탕으로 시장신뢰를 회복하고 실효성있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신용보증 규모를 확대하고 외화유동성 확보를 위한 외국인 투자유치 제도도 개선했다.
30억불 수준의 성공적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발행을 통해 민간부분의 해외차입이 활성화됨에 따라 한국의 신용부도스왑(CDS)프리미엄은 취임당시의 437베이시스포인트(bp)에서 지난 15일 현재 183 bp으로 개선됐다.
지난 2월 2000억달러선의 붕괴가 예상되던 외환보유액도 지난달 2125억달러로 안정세로 돌아섰고, 원달러대비 환율은 지난 3월초 1600원대까지 육박한 후 4월들어 안정세를 보이며 1200원대로 하락했다.
윤 장관은 총 28조4000억원이라는 '슈퍼'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재정을 확대했고, 상반기중 재정의 60%이상 조기집행하는 등 시중에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했다.
부실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에는 칼을 꺼내 들었다. 채권금융기관과 기업 자율적 구조조정 원칙을 병행해 29개 부실 건설, 조선관련 기업을 워크아웃하고, 7개사는 퇴출시켰다.
이를 통해 지난 1분기의 국내총생산은 전분기대비 0.1%가 성장하는 등 지난해 말 -5.4%로 급락했던 충격에서 다소 벗어나는 모습이다. 취임후 광공업 생산이 3개월연속 상승세를 이어갔고, 급락하던 고용도 다소 진정됐다.
반면 "전임 강만수 장관이 워낙 못했기 때문"이라거나 "환율 덕을 봤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전임 강만수 장관의 잦은 말실수와 부정적 이미지가 워낙 강해 상대적으로 반사이익을 본 점은 부인할 수 었다. 여기다가 전임 강 장관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다 동원했기 때문에 윤 장관은 기존 정책을 착실히 밀어부치면 되는 분위기이기도 했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취임 직후까지 1597원에 이르는 등 최고점으로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취임 후 한달이 지나면서 극적으로 잡힌 것이다. 물론 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국책연구기관의 한 연구위원은 "현 상황은 위기배후국면에 들어가는 상황이기에 면밀한 점검을 통해 구조조정의 속도를 조절하는소프트랜딩에 치중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며 "윤 장관이 정치적 위협때문에 정책수행의 방향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명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구조조정과 신성장 발전에 대한 구체적인 자신만의 청사진이 없다"며 "현 상황은 막대한 추경을 통한 인공호흡 상황이고 통화확대가 실물경제의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결국 더블딥 상황에 처할 불안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최근 경제상황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중론 또한 "미덥지 않다"고 말했다.
미래지향적 정책방향의 제시없이 계속 나쁘다는 전제만 강조해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은 오히려 국민들의 불안감만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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