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제약 폭증' 역행하는 제약선진화 정책

허가규제 완화 탓…시장 혼탁 우려

입력 : 2015-07-05 오후 7:32:43
올 상반기 복제약 허가가 급증했다. 정부가 복제약 허가 규제를 완화시켰기 때문이다. 복제약 위주의 영업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정부가 오히려 시장 혼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6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전문의약품 허가 건수는 1424건으로 전년 동기(693개)에 비해 두배 이상 늘었다. 이미 지난해 전문의약품 허가건수 2090건의 절반을 넘어섰다.
 
 
올 상반기 허가 중 신약·개량신약은 40여개고 나머지는 전부 복제약이다. 하반기를 포함하면 올해 복제약 허가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복제약이 크게 늘어난 것은 식약처가 허가 규제를 풀었기 때문이다. 복제약을 개발하기 위해선 오리지널약과 동등성을 입증하는 생물학적동등성(생동) 시험을 거쳐야 한다. 생동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실시할 수 있다.
 
공동생동은 1개사가 복제약 시험을 주도하고 파트너사로 참여한 업체들이 생동에 참여해 같이 허가를 받는 방식이다. 복제약들은 한 공장에서 생산되지만 포장과 이름만 달리해 판매된다. 수억원이 소요되는 생동 시험 비용을 줄일 수 있고 손쉽게 신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실제, 오는 10월 특허만료되는 연 1500억원대 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의 생동 시험을 신청한 제약사는 10개사다. 반면 복제약 허가 업체는 63개사다. 상당수가 공동생동으로 허가를 취득한 것이다. 전체 생동 건수도 줄었다. 올 상반기 생동 건수는 93건으로 전년 동기(127건) 34건이 감소했다.
 
공동생동은 최근 2~3년간 급증했다. 2007년 이전에는 공동생동 참여 업체 수의 제한이 없었다. 복제약 허가가 간편해지자 관리가 부실해졌다. 급기야 생동 시험을 조작하는 파동까지 일어나자 식약처가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하지만 2011년 11월에는 관련 규정을 다시 폐지했다. 인위적 시장경쟁 제한이기 때문에 규정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게 식약처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공동생동을 하면 한 공장에서 모두 생산이 된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생동 업체 수 제한은 인위적으로 시장 참여 제한이 된다"고 제도 개선의 난색을 표했다.
 
정부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는 2013년 제약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복제약 내수 시장 중심에서 벗어나 연구개발을 촉진하겠다는 게 큰 틀이다. 반대로 식약처는 복제약 허가 장벽을 낮춰 제약산업 육성책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식약처가 제도적으로 복제약 난립을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부작용도 우려된다. 쌍둥이약의 무더기 출시로 시장이 난립하게 된다. 악효나 품질의 차별점이 없는 탓에 복제약들 간에 과당경쟁이 연출된다. 내수 복제약 위주 영업과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발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경쟁사가 손쉽게 진입하다보니 연구개발 의지를 저하시킨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는 "기술력을 확보하려는 게 아니라 공동생동으로 복제약만 찍어내면 살아남을 수 있는 실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제약산업을 봤을 때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복제약 약가가 높아 제약사가 마진을 많이 취하는 상황에선 M&A를 유도해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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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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