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알래스카의 여름'은 끝?..정제마진, 7개월 만에 원점

입력 : 2015-07-07 오후 4:37:43
국제유가 추이. 자료/한국석유공사
 
 
'알래스카의 여름'은 끝난 것일까. 지난 1분기 국내 정유사들이 흑자전환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던 정제마진이 배럴당 6달러대로 떨어졌다. 7개월 간의 고공행진을 멈추고 원점으로 회귀했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지난 1일 배럴당 6.1달러로, 전주 대비 1달러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초 배럴당 6달러를 기록한 뒤 7개월 만에 원점으로 돌아갔다. 복합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에서 수입원유의 가격을 뺀 것으로,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업계에서는 손익분기점(BEP)을 4~5달러대로 보고 있다.
 
정제마진은 지난해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국내 정유사들이 올 1분기 흑자전환한 최대 원동력이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발생한 재고평가손실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정제마진 수익이 쏠쏠했기 때문이다. 복합정제마진은 지난해 4분기 배럴당 6달러대에 진입한 뒤 올 1분기 들어 수직상승했다. 월 평균 정제마진은 지난 1월 배럴당 7.4달러에서 3월 9.4달러로 석 달 만에 2달러나 급등했다.
 
특히 2월말에는 배럴당 9.7달러로 최고점을 찍으며, 2013년 2월 배럴당 10.53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분기 역시 흐름이 견조했다. 지난 4월 배럴당 7.5달러로 전달 대비 1.9달러 하락하며 주춤하는 듯 했지만, 5월에는 8달러대로 올라선 뒤 두 달여 간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을 기점으로 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지역의 정유사들은 일제히 정제 처리량을 늘리고 있다. 특히 미국의 정유 가동률은 3월말까지 90%를 밑돌았으나 지난달 95%까지 치솟은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드라이빙 시즌 진입과 저유가로 인해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가 세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힘을 얻으면서 업체마다 공급량을 늘렸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유가와 정제마진 강세가 지속되면서 각 업체마다 물량을 늘렸지만, 예상과 달리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는 부진했다"면서 "최근 석유제품 재고가 쌓이면서 정제마진도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단 국내 정유사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밝다. SK이노베이션은 8000억원대, GS칼텍스와 S-Oil은 각각 5000억원대, 현대오일뱅크는 1000억원대 등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은 2조원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내 정유사 최대 호황기였던 2010년대 초반과 맞먹는 수준이다.
 
문제는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공급과잉에 따른 정제마진 하락으로 수익성 하락이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실적 호조는 잠깐 왔다가는 '알래스카의 여름'과 같다"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낙관론을 경계한 바 있다.
 
업계 역시 이 같은 전망에 수긍하는 분위기다.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는 세계 경기와 동조하는 흐름을 보이는데, 현재로선 경기 회복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세계 경기 부진 등 대외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이달 들어 휘발유와 항공유, 경유 등 전 제품의 수요가 부진할 정도로 시황이 침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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