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국내 해운업계는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여전히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업황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지만, 해운업계는 국제 유가 하락과 적자노선 정리 등 자구 노력으로 본격적인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상반기 국내 대표 선사인
한진해운(117930)과
현대상선(011200)은 모두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한진해운은 지난해 2분기 이후 4분기 연속 흑자를 냈고, 현대상선은 2012년 3분기 이후 10분기 만에 수익을 내는 데 성공했다. 양사는 2분기도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저유가의 영향으로 유류비가 크게 감소한 데다, 양사 모두 자구안을 대부분 마무리 지으며 허리띠를 졸라맨 결과다.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1분기 연료비로 총 2049억5800만원을 사용해 전년 동기 3756억700만원 대비 45.4%, 현대상선은 1680억원으로 27.9%가 감소했다. 유가 하락에 더해 환율 영향으로 전년 동기 대비 톤당 구입단가가 30% 이상 낮아진 덕분이다.
이와 함께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적자 노선을 정리하는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운영비용을 줄인 점이 도움이 됐다.
한진해운 연료비 및 운임 추이. 자료/한진해운.
반면 자구안을 대부분 이행하면서 컨테이너선 사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진 점은 향후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까지는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터미널 등 부대사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다양했지만, 자구안을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업부 매각이 진행되면서 컨테이너선 사업 매출 의존도는 한진해운 90% 이상, 현대상선은 75% 이상으로 상승했다.
최근 몇 년간 자구안 이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면서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새로운 선박 발주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한편 상반기 국제 유가 하락에도 업황 회복은 더뎠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상반기 평균 벌크선 운임지수(BDI)는 614.6으로 전년 동기 대비 47.9% 하락해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중국 정부의 석탄규제로 인한 운송수요 감소 등 수요 측 요인이 주요한 원인으로 추정된다. 이는 벌크선을 주력 선종으로 하는 중국 조선업에도 큰 타격을 안겼다.
중국 컨테이너 운임지수(CCFI)도 상반기 내내 하락세를 나타내며 지난달 중순 지수가 지난해 말 대비 20.9% 하락한 826을 기록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잇따라 투입되면서 주요 항로를 중심으로 선복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이는 곧 수급 악화로 인한 운임하락으로 이어졌다.
하반기에도 초대형 컨테이너선 증가 영향으로 해운업계의 주력인 컨테이너 시황은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환경규제 강화 등의 이유로 컨테이너선의 친환경 선박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선복량 과잉의 해소는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상선 소속 컨테이너선의 운항 모습. 사진/현대그룹.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