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슨 공기청정선풍기 '퓨어 쿨' 화이트·실버 컬러. 사진/다이슨
[뉴스토마토 이지은기자] '융합'이 생활가전 시장의 중심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싶다는 소비자 욕구와 더불어 새로운 수요 창출을 위해 관련 업계가 추가기능 탑재에 나서고 있다.
영국기업 다이슨도 선풍기와 공기청정기를 결합한 '퓨어쿨'을 상반기 한국시장에 출시했다. 날개없는 선풍기에 공기청정기능을 더해 선풍기에 대한 수요와 함께 공기청정기 소비자까지 사로잡겠다는 포부다.
2주간 다이슨의 공기청정선풍기 퓨어쿨을 직접 사용해봤다. 날개없는 선풍기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통해 집 안 인테리어에 기여할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다. 다만 다소 약한 바람과 시각적 효과가 전무한 공기청정기능은 아쉬운 요소였다.
◇공기청정선풍기 '퓨어 쿨'의 조립전 모습. 헤파 필터가 장착된 원통형 받침대와 타원형 고리의 바디. 사진/뉴스토마토
퓨어쿨은 심플하지만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심미적 완성도를 높인 제품이다. 우선 공기청정기와 선풍기가 결합한 제품임에도 구성이 간소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모터와 필터, 그리고 타원형 고리의 바디가 전부다. 모터에 360도 글라스 헤파 필터를 장착해 받침대를 만들고, 그 위에 타원형 고리를 '딸깍' 끼우면 완성이다.
디자인도 간결하다. 바람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날개가 원통형 받침대 안에 숨어 있는 덕분이다. 받침대 속에 숨은 날개가 공기를 빨아들여 타원형 고리의 안쪽에 난 좁은 틈으로 내보낸다. 그러면 타원형 고리의 바깥쪽보다 안쪽의 기압이 낮아지면서 주변 공기를 다시 한번 끌어들여 받침대에서 빨아들인 것보다 몇 배 많은 양의 공기가 배출돼 바람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날개 없이도 선풍기 노릇을 할 수 있다.
또 필터가 받침대를 둘러쌓는 형태로 만들어져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제품 하단에 위치한 고성능 헤파필터를 바탕으로 2.5마이크로(PM2.5)의 초미세먼지보다 작은 극초미세먼지(PM0.1)까지 잡아내기 위해 봉규산 유리섬유로 만든 재질을 덧붙였다. 특히 필터는 254번을 접어 공기가 통과하는 면적을 크게 넓혔다. 때문에 원통형 필터지만 펼쳤을 때의 길이는 6.45m에 달한다.
◇공기청정선풍기 '퓨어쿨'을 작동 중이다. 사진/뉴스토마토
간단하게 조립을 한 후 전원을 켜봤다. 선풍기 작동과 함께 공기청정기도 가동된다. 바람세기는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선택할 수 있다. 추운 계절에는 1~3단계로 방 공기를 순환시키고, 여름에는 4~10단계를 사용하면 된다.
특히 필터가 360도 돌기 때문에 실내 모든 각도에서 오염된 공기를 흡입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정화된 공기를 받침대 안 모터를 통해 밖으로 뿜어낼 수 있다. 원통형 고리는 회전 설정도 가능해 방 전체 공기 순환에도 용이하다.
◇바람세기 6으로 공기청정선풍기 '퓨어쿨'을 작동하고 있다. 제품 하단에 바람세기가 LED 램프로 표시된다. 사진/뉴스토마토
제품 자체는 간단하지만 소소하게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도 눈에 띈다. 퓨어쿨은 원통형 받침대 하단에 LED 디스플레이가 탑재돼 바람 세기와 예약시간을 표시한다. 이 LED 램프는 설정 후 바로 꺼지기 때문에 빛 공해에 시달릴 염려가 없다. 또 손바닥 반 크기인 리모컨은 자석처럼 제품 상단에 붙일 수 있어 분실에 대한 우려도 덜 수 있다. 무게는 3.58kg에 불과하다. 남녀노소 거실과 방을 넘나들며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자석이 탑재돼 리모컨은 제품 상단에 붙여 사용할 수 있다. 사진/다이슨
다만 바람 세기는 약한 편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5단계 정도가 돼야 일반 선풍기의 '약' 정도의 바람이 나온다. 5단계 이상부터는 작동 소리가 커진다. 실내 공기를 순환하는 데 크게 문제는 없겠지만, 센 바람을 찾는 소비자라면 만족스러울 수준은 아니다.
더불어 공기청정기능에 대한 시각적 효과가 부족하다. 최근 출시되는 공기청정기는 제품 상단에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미세먼지 수치나 흰색~빨간색으로 단계별로 공기청정도를 나타낸다. 또 일부 제품은 가스센서나 미세먼지 센서를 통해 실내 공기의 오염도를 인지하고, 청정기의 운전 세기를 조절하기도 한다. 하지만 퓨어쿨은 미세먼지 수치 표시등이 없다. 고성능 헤파필터가 미세먼지를 잘 잡고 있을 것이란 다이슨의 기술력에 온전히 의지해야 한다.
물 건너 온 제품인 만큼 가격도 비싸다. 출고가 기준 89만8000원이다. 물론 공기청정 기능이 없는 다이슨 선풍기가 84만8000원의 가격대를 형성했던 점을 고려하면 기존 다이슨이 택했던 고가정책과 대조를 보인다는 의견도 더러 있다. 하지만 10일 기준 아마존, 베스트바이 등에서 398~399달러에 판매되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다.
◇공기청정선풍기 '퓨어 쿨'의 측면과 전면 모습. 사진/ 다이슨
그럼에도 최근 바깥 미세먼지가 두려워 환기를 제대로 못 하는 소비자라면, 한정된 공간에서 선풍기과 공기청정기 효과를 동시에 누리고 싶은 소비자라면, 또 디자인의 독창성에 대해 '과감하게' 투자할 준비가 됐다면 거실 한켠에 퓨어쿨을 놓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 될 것이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